사랑과 정성을 먹입니다
사랑과 정성을 먹입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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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 살기위해 먹어야 한다며, 허겁지겁, 한끼 떼우며 살아가기 일쑤다. 인스턴트, 냉동식품이 산업으로 발전되는 것도 바쁜 현대인이 그만큼 많다는 것. 움직이면서 일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속에는 맛을 내는 여러 성분이 들어있다. 그것이 바로 성인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아닌가.

아이들의 먹을거리는 더 심각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분유와 가공 이유식에 맛이 길들어진 아이들은 입맛이 서구화될 비율이 더 높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등하교 길, 주변의 먹을거리 환경은 위험하다. 가족끼리 함께 밥 먹는 경우가 드물어진 요즘 같다면 집안에서의 밥상머리 교육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아이들 먹는 것이 사회의 몫, 교육의 자리로 가야하는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학교급식은 그래서 중요한 문제이고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바른 음식을 먹고, 그 음식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그래서 건강한 입맛을 갖게된다면, 위험한 먹을거리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겠는가.
그 급식에 대해 말도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고, 맛없어서 못 먹겠다고도 하고, 지저분하다고도 한다. 학교에서 주는 밥을 못 먹고 매점에 가서 빵으로 떼우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말도 많고 문제도 많은 학교급식. 학교급식이 그만큼 중요하고 모두의 관심대상이 된다는 반증 아닐까.

하지만 이런 학교급식도 있다. 레스토랑의 실내와 비슷한 밝고 화사한 급식실에서 철저한 검수와 위생처리와 깔끔한 식단으로 제공되는 학교급식. 바로 일신초등학교의 급식모습이다. 문애란 영양사(35). 2000년, 개교 때부터 아이들의 음식을 책임진 그이는 아이들의 건강 지킴이다. 4월 초에 출산을 앞둔 힘겨운 상황인데도 이른 아침 검수부터 시작해 세척, 조리, 배식지도, 식단 구성으로 하루종일 분주하다. "영양사에게는 책임감과 소신이 중요해요. 좋은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부설유치원을 포함한 전교생과 교직원을 다 합한 1040명이 그가 준비한 식사를 한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한끼 식사를 아이들에게 주는 일 바로 어른이 아이들에게 해야할 일 아닐까.©양희연

1000명이 넘는 수다. 두 녀석 밥 준비하느라 낑낑대는데, 영양사라는 직업의 중요성이 한번 더 와 닿는다.
사실 한끼 먹는 거. 편하게 하자면 그럴 수도 있다. 냉동식품 간편하게 조리하고, 화학조미료로 맛내면 손도 덜 가고 연료도 덜 들테다. 일일이 멸치 다시마 국물내고 생재료로 요리를 만들면, 그 큰 규모에, 손도 많이 가고 그만큼 일도 힘들다. 하지만 8명의 급식소 식구들은 그 수고를 감수한다.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음식을 주고자 무척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좋은 식품, 최고의 재료. 마음 같아서야 무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을 맞춰야 한다.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음식 줘야죠"
그동안 1000명 넘는 어린이 엄마 역할
만삭 몸 불구 식단구성 하루종일 분주



한끼 당 1350원이 책정된 급식비. 방사 유정란을 사용하고 국산콩으로 만들어진 된장고추장을 사용하니 원재료 값이 꽤 높아진다. 계획적으로 식단을 잘 구성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재료를 그렇게 사용하면 빠듯해요.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고... 힘들긴 하죠." 사실, 광주의 영양사들은 좀 유별나다는 소문이 있다. 국산, 더 나아가 유기농을 찾는다. 공급이 잘 따라주지 못해 사용을 잘 못한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전통음식이고 몸에도 좋아서 된장국을 자주 사용했는데, 한번은 누가 전통맛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된장 맛이 그랬던거죠. 순 우리콩으로 전통방식 그래도 만든 된장, 고추장을 구입했어요. 비용이 5-7배정도 비싸지만 고집하고 있어요." 그런 된장은 숙성된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일정하지 않는 맛이 나는 된장국. 바로 자연스러운 맛 아닌가.

©양희연

학교급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2년 정도의 기간동안 형성된 입맛은 나라의 농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다. 전후 밀 배급을 통해 빵급식을 했던 일본의 경우 논농사가 큰 타격을 받았던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학교급식은 아이들의 건강과 더불어 나라의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과 더불어 단위학교별로의 실천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4월이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문애란 영양사는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다. 그동안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해오지 않았던가.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한끼 식사를 아이들에게 주는 일. 그래서 건강과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일. 바로 어른이 아이들에게 해야할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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