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아 共和國!!
잘 놀아 共和國!!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뻑적지근한 연말.연초를 보내고나니 요즘은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래도 올핸 비교적 조용하게 보낸 셈이다. 아마 다른 때 같았으면 연말연시 프로그램을 제대로 소화했다면 술병으로든 몸살로든 사나흘은 족히 머리싸고 누웠을 것이다. 이건 말 안해도 다 아는 소리다.
하긴 볼멘 소릴 해봤댔자 어느 누구하나 신경써줄 사람 없겠지만.

문득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슨무슨 모임이니, 동문회니, 동창회니 나가 봐도 그다지 신선한 것은 없고 천편일률적으로 진행 프로그램은 거의 똑 같다. ①식사하고(식사의 종류, 식당의 크기만 다르다) ②간단히 식사와 함께 술 마시고 ③2차는 노래방(2차가 내 상식을 벗어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④3차는 조금 돈이 많이 드는 술집(3차가 2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똑 같아도 이렇게 똑 같을수 있을까? 이건 지위고하. 직업의 귀천. 유무에 관계없이 공히 같은 레퍼토리다.
그러나 이건 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생각 해본 문제이므로 여자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여자들도 내가 보기엔 그렇게 재미있게 노는 족속들이 아니다.

사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젠 나는 질릴대로 질려버렸다. 정말 이게 사는 것인지. 한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봤자 재미있는 것이라곤 도통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광주라는 도시에서 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살고 있는 것인지, 혹은 내가 광주라는 도시에서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심히 부끄럽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언젠가 사석에서 어떤 선배 한 분이 이렇게 탄식한 걸 들은 적이 있다. "아, 좀 제대로 노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놀 줄을 몰라. 노는게 정말 어떤 것인지 모른단 말야...,"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갈한 선배 자신도 정작 당신이 말한 것을 뒤집을만한 뾰족한 묘수가 없음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말하면서 문화 콘텐츠를 구축해야한다는 얘기를 들을때마다 그것이 허울 좋은 구호로 되새김질 되고 있다는 것을 적어도 가방끈 긴 사람들은 알고 있으리라. 아직까진 말이다.

'헤헤, 2차는 노래방이야 Blues'

도대체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 라틴어로 Cultura라고 하는 문화는 어원적 정의로(서양 말의 어원으로 따지자면) '경작하다. 밭을 개간하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거기에 생략 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이란 부분이다.

그렇다면 문화란 사람의 마음을 개간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극히 원론적인 부분이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기본적으로 담보되기 위해선 문화의 본질을 무의식적으로 심어줄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건 내공이 필요한 것이지만 문화기획자나 혹은 문화권력자들이 좀 더 노력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실천에 옮기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예산 타령, 지역정서 타령 이젠 제발 그놈의 핑계를 대지 말길 바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의 '맞춤문화'다. 기획과 실천이 돋보이면서도 지역민의 호응을 받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쌍방향으로 소통할수 있는 네트워크형 프로그램 말이다. 이런걸 흔히 Cell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이런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지역의 구석구석에서 대중들과 살아 숨쉬고, 현장 네트워크가 가능해지면 보다 더 큰 규모의 지역 문화프로그램들이 지역민들에게 부담없이 다가 올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역 축제가 생각과는 달리 지역민들의 호응을 크게 받지 못하는 것은 이런 소규모의 맞춤형 프로그램, 즉 Cell 프로그램들이 정착화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동안 시행착오와 경험이라는 내공을 쌓아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린 무슨 무슨 지역축제라고 하면 대규모의 혹은 거대 예산이 들어가는 이벤트형 축제만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대규모의 축제는 Cell 프로그램의 내공없이는 절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작은 규모의 Cell 프로그램에서 신나게, 재미있게 정말 놀줄 아는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어야만 한다. 우리에겐 진짜 놀줄 아는 문화가 필요하단 얘기다.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방가는 문화가 그렇게 재미있던가?
노는 것은 머리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몸과 행동이 같이 가야하는 문제인 것이다. 體化하지 못한 지역문화는 존재의 가치를 논하기에 앞서 그 생명력은 극히 짧다고 할수 있겠다.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일한 다음 잘 놀고 싶다. 나는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원하고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 소외받지 않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진짜 멋있게 놀고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그야말로 잘 놀아 공화국이면 좋겠다. 잘 노는 사람들은 일 도 잘한다. 그러니 잘 놀아 공화국이 되면 일 잘해 공화국도 되지 않겠나. 이젠 제발 "헤헤, 2차는 노래방이야...," 이라는 말을 안들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