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쏴라' 1년 결산
'미디어를 쏴라' 1년 결산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2.1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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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언론을 중심으로 본격 미디어비평을 해온 본지는 올 한해동안 모두 145건의 관련기사를 통해 언론에 대한 언론감시기능을 해왔다.
'미디어를 쏴라'는 방송보다는 주로 신문사에 주목을 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 기사에 나타난 보도의 문제들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비평대상이 된 보도들이 시각의 차이보다는 언론사가 안고 있는 구조적문제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았다. 때문에 '미디어를 쏴라'는 지역언론계 내부의 문제까지 들여다보는 언론사비평으로 이어지곤 했다.

1년간 미디어비평 기사를 돌아보면 언론사가 많은 만큼 일도 많았다. 지난해부터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언론개혁'이라는 화두가 주민계도지 예산 축소로 현실화되기도 했고,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이 여전히 되기도 했다. 자사 입맛에 맞는 보도행태나 언론사주의 반언론적 전횡도 적지 않게 지적됐다. 다음은 한 해동안 '미디어를 쏴라'가 다룬 기사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보도들을 정리했했다. 선정 기준은 언론개혁차원의 가치와 함께 관심도 높았던 사안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 촌지근절로 시작된 언론계 자정선언

2002년 이 지역 언론계 뉴스는 촌지문제로 시작됐다. 2000년 11월 창간된 호남매일은 1월8일자 1면에 '촌지 수수자 명단 공개'라는 사고를 냈다. 민주당 천용택 의원(전남 강진·완도)이 며칠 전 완도지구당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10개 신문사 기자에게 각각 20만원씩 모두 200만원의 촌지를 지급했다면서 제공자와 수령자 명단을 공개한 것. 이는 지난해 말부터 스스로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호남매일측의 '자정선언'이 현실화한 것이었다.

호남매일이라는 신생신문사에서 비롯된 초유의 사태(?)에 대해 지역 언론계에선 그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가졌지만, 이후 언론시민단체에서 이 지역 언론사들을 상대로 촌지수수근절선언을 유도하는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공직사회와 기자사회의 충돌

공무원노조의 성장은 그동안 언론에 대해 약자였던 공무원사회에 발언력을 높여주었다. 힘의 변화는 곳곳에서 언론계와 마찰을 빚었다. 이는 크게 기자실의 문제와 주민계도지, 보복성 기사를 둘러싼 갈등 등의 양태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목포시청 공무원직장협의회는 목포시청 보도실(기자실)을 폐쇄했고, 이 과정에서 기자단과의 마찰로 인해 법정싸움으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기자실 폐쇄에 대한 조직적 방침을 정했고, 전남지역의 경우 22개 시군 중 12곳의 기자실이 폐쇄됐고 2곳은 브리핑룸으로 전환됐다.

공무원사회의 반발은 지역 신문사들의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는데, 언론개혁의 흐름과 맞물려 주민계도지예산 철폐라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주민계도지는 이미 올 들어 광주시 5개 구청과 전남지역 5개 시에선 아예 사라졌고, 전체 계도지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40%가 줄었다. 또한 각 자치단체 집행부가 의회에 요구한 내년 예산에서도 올해에 비해 또 다시 16.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도지문제는 자치단체와 지방언론간의 관언유착의 고리로 전락, 특히 부실한 지방신문의 토양이 돼 왔다는 이유로 언론개혁의 주요화두로 떠올라 조만간 그 운명이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선거기간 언론인들의 '활약'과 잇따른 소송

올해는 대통령선거 외에도 3월의 민주당국민참여경선과 6월지방선거, 8월 보궐선거로 어느 때보다 언론인들이 바빴다.
그런데 이 지역 전현직 신문사 사장부터 취재 기자까지 언론인 출신들이 대거 이 지역 각 선거캠프에 들어갔지만 "중견급 이상의 전 간부가 인맥과 전직직위 등을 통해 고스란히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6월 지방선거기간 언론사와 선거후보자간의 소송이 잇따랐다. 본지의 경우 박광태 당시 광주시장후보에 대한 후보자질검증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혐의로 피소되었고, 광주CBS는 박태영 당시 전남도지사후보측의 선거운동과 이후 박후보 관련 보도를 두고 검찰 고소와 언론중재위 재소가 오가기도 했다. 호남매일의 경우 여수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주승용 전 여수시장의 자질검증관련 이른바 '거문도사건' 보도로 인해 당시 취재기자는 물론 현직 사회부장이 구속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후보자질검증 보도는 선거라는 특수공간에서 '자질검증'과 '후보비방'사이에서 언론의 입지가 자꾸만 좁아지는 데 따른 고민을 낳았다.

* 언론계 주 5일근무제 확산

노동계의 주5일근무제는 이 지역 언론계로도 확산됐다. 광주타임스가 2년전 5일근무제를 도입한 이래 올 8월 이후 호남신문과 전남매일, 그리고 호남매일도 잇따라 주5일근무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광주타임스의 경우 주5일근무에 주6회발행으로 인한 노동강도 강화, 나머지 신문들의 경우 제작비 절감차원의 제도도입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당초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

신문사외에 방송사들도 KBS광주방송총국과 광주MBC가 서울본사의 방침에 따라 각각 지난 7월과 9월부터 시범도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역시 인력충원을 비롯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사주 권력은 강화, 언론노동자 힘은 약화

광주일보, 전남일보, 광주타임스 등에서 특히 인사관련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일보는 올 2월말 신임 김형준 사장의 취임과 함께 27명의 기자 및 지원부서 직원들이 정리해고됐다. 전남일보는 반년가까이 편집국장이 공석으로 있었는가 하면, 지난 11월엔 3명의 논설위원을 총무국, 판매국, 광고국으로 인사이동 조치됐다.

특히 이들 3명 가운데는 2명이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이어서 '회사측에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에 대한 보복성인사'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에 앞서 광주타임스에서도 11월 4명의 부장들이 '조직기강'을 이유로 일주일간 총무국으로 발령을 받기도 했는데 이 역시 '사주의 부당한 압력'이라는 안팎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반발은 속으로 삭일뿐이었다. 광주일보와 전남일보는 노조가 있어도 회사측의 조치에 고개를 숙일 뿐이었고, 광주타임스의 경우 노조가 없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발만 동동굴렀던 것이다.

* 지방신문, '존속능력 불확실성' 여전, 자사 입맛따른 보도로 이어질까.

2001년 12월말 현재의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자료가 지난 4월 금감원에 보고됐다. 자산규모 70억원 이상의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이 감사보고서에서 광주일보와 전남일보의 당시 총부채는 각각 346억원과 317억원으로 나타나 "지속적인 매출부진, 과도한 금융차입금 등으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킬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됐다.

지역언론사들의 열악한 재무구조의 문제는 지면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전남도청 이전문제를 두고 광주일보는 '반대', 전남일보는 '찬성'쪽에 무게를 둔 보도를 한다는 언론계의 시각이 그것. 도청 인근에 부동산을 가진 광주일보와 주력기업인 조선내화를 목포에 둔 전남일보가 각각 자사의 처지에 따라 지역최대현안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자사입맛에 따른 보도'라는 비판은 지난 9월 무등일보와 롯데백화점 간의 광고를 둘러싼 공방에서도 이어졌다.

* 언론매체 상호간 비평의 문 열렸다.

전남일보·호남신문사장의 골프칼럼에 대한 비판기사 관련 명예훼손소송에서 본지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박보영)는 판결요지에서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보여지기에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양사 사주들이 해외골프투어를 하면서 골프연재칼럼을 자사 지면에 실은 데 대해 본지가 '자사의 경영위기를 비롯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는 시점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물었다. 이에 지난해 12월 두 신문사 사장들은 비방을 목적으로 한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당시 본지의 편집인, 편집장, 취재기자를 고소했으나 지난 6월에 이어 12월에도 법원측은 무죄를 선고한 것.

법원의 잇따른 무죄판결은 결국 언론매체 상호간의 감시와 견제를 통해 건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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