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주재기자들 '침묵의 카르텔'
광산 주재기자들 '침묵의 카르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첨단종합사회복지관 민간위탁 선정 철회를 위한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에 광주지역 지방 일간지 소속 광산 주재기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른바 광산구청 출입기자들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지역방송사와 인터넷 매체, 지역신문 기자만으로 회견은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광산지역 시민단체가 '민간위탁 특혜'와 관련해 언론사에 요청해 이루어졌다. 기자회견 후 시민단체 회원들이 웅성거렸다. "주재기자 봤어요" "뻔히 안 올 줄 알면서 뭘 그래" "우리들과 사이가 안 좋아도 사안이 중요한 데 취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무슨 큰 일이 터져 바빴을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없었다. 주재기자들이 이날 취재를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지난해 연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광산구청의 '계도용신문 구독 예산'을 삭감하라고 광산구 의회에 요구한 것이 그 단초랄 수 있다. 주재기자들은 본사 기자와 달리 구독료가 큰 수입원이다. 서류상으로는 지국장 등 앞으로 회사와 계약하지만 실제 주재기자가 신문부수를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광산구의회를 '씹는' 기사가 지면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결과는 시민단체의 승리. 50%에 이르는 약 7천500여만원이 깎였다. 공무원, 지방의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주재기자 성역'이 무너진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지난 16일 구청에 항의 방문까지 했는데 주재기자 이름의 기사는 찾아 볼 수가 없었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광산에서는 공무원은 물론 구의원들까지도 주재기자들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특히 계도지 예산삭감 때 보여준 '단결된 반발'과 이번 '침묵의 카르텔'에서 이들의 기자정신(?)을 단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신문을 사서 보지 않는다고 지역 현안마저 과감히 외면하는 이들에게 '기자'는 어떤 의미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