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말문이 트이고 있다'
'부산에 말문이 트이고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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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웅 교수(부산 동의대 행정학과)>

부산의 민심에 대해 지식인 사회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없는 대학교수를 찾기 위해 시민단체에 추천을 의뢰했고, 그 결과 현재 부산MBC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이재웅 교수가 명단에 올랐다.

그는 처음엔 극구 사양을 하다가 결국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주었다. 이 교수는 최근 부산MBC가 주최한 각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의 사회를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부산경남지역 각계 인사 780여명이 노무현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던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들 가운데 대학교수가 150명이 포함돼 있었지요. 대학교수들의 지지선언이 가진 의미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이 지역의 주요정서와 다른 목소리를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표출한다는 것은 그만큼 '언로(言路)'가 트이고 있다는 의미지요. 지난 지방선거때나 보궐선거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거죠."

그는 노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예로 든 것은 지역정서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한 수단일 뿐, 자신의 지지여부를 밝힌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교수집단이 노후보를 지지한 것은 노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를 넘어 '지역정서로부터 자유선언'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그만큼 '명분'이 확보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 명분은 기존의 '민주당=호남당=김대중당'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게 각인된 지역민들의 의식에 균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명분확보'는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이 교수가 '언로확보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크게 세 가지.

영남지역 교수들 '지역정서로부터의 자유선언'
투표세대변화, 호남당서 고생한盧에 대한 동정론 겹쳐
"호남에서도 신진 정치세력 등 새 틀 짜여야"


우선 비합리적인 지역정서가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곳의 지식인 사회는 실체도 없는 감정에 짓눌려 왔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판단을 하더라도 그것을 근거로 밖으로 표출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선거국면에서 합리적인 이성이 비합리적 감성과 충돌하면서, 사람들이 다른 각도에서도 생각해보고 있는 겁니다. 지식인들이 '이젠 얘기할 수 있겠다'고 본 것이죠."

시민단체 등의 활동으로 합리적 사고의 공간이 확대된 점도 명분축적의 근거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여기에 젊은층들이 투표층에 편입되면서 50~60대로 대변되는 독선과 아집의 세대가 변화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특히 이러한 투표세대의 변화는 빠른 속도로 전체 투표세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호남당에서 고생 많이 해 온 노후보에 대한 동정론'도 지식이 사회가 지역정서를 넘어 지지선언을 내놓은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이번 대선후보 합동 토론회에서도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의 양자'라는 공세에 대해 '경선이나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나를 돕지 않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가 먹히고 있다는 겁니다. 호남당에 있긴 하지만 그것이 노무현이라는 개인 차원으로 가면 달라진다는 거예요."

이 교수는 끝으로 부산지역의 변화에 대해 호남지역에서도 반향이 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역의 언로확대는 호남지역의 맞바람이 있어야 한국정치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에서도 신진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합니다. 부산이 변하고 있는데 호남은 여전히 구시대 정치인들이 고여 있어서는 안되지요. 그건 한국정치에 희망이 없어지는 겁니다. 최근 김원웅 한나라당 의원이 개혁당으로 옮겨갔는데, 호남에서도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버리고 새롭게 틀을 깨고 외치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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