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차별 만드는 세상이 1급 장애
소외, 차별 만드는 세상이 1급 장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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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으로 쭈그려 앉는다. 그런 채로 엉거주춤 걸어본다. 사무실 탁자위로 팔을 뻗어본다. 내 눈 아래 있던 것들이 이제 모두 내 머리 위에 있다. '가벼운' 사물에 불과했던 그것들이 '무거운' 무게로 나를 누르기 시작한다.

3층 아래 계단을 내려갈 수 있을까. 이곳 저곳을 둘러보지만 나를 위한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신체적 '불편함'은 결국 정신적 '불편함'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장애'는 타고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장애인'의 '배려 없음'으로 말이다.

그녀의 이름은 신명옥(30). 하지만 이름보다 먼저 그녀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소아마비 1급 지체 장애인'이라는 딱지이다. 두 다리와 한 팔을 사용 못하는 그녀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녀를 '장애인'이라는 '틀'에 가둔다. 그리곤 그 틀안에서 그녀가 할 일, 못할 일, 해야 할 일, 해서는 안되는 일을 가늠한다. 그래서 '사지 멀쩡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가스펠 싱어로 활동하는 그녀의 '평범한' 삶이 운이 좋은, '특별한' 삶으로 여겨진다.

여성이라는 소외, 장애라는 차별 씩씩하게 넘어

"제가 임신한 것을 보고 사람들이 '아이는 괜찮아요?'라고 물어요. 제가 장애인이니까 아이에게도 장애가 있을꺼라 여기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이 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서른 해를 살아온 그녀. 여성이라는 소외의 담에 장애라는 차별의 벽까지 훌쩍 훌쩍 넘어온 탓인지 그녀는 참 씩씩하다. "제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예요. 불편할 뿐이라니까요."

얼마전 열린 인권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노래를 부른 그녀는 그래도 꽤 알려진 가스펠 싱어이다. 사정이 허락되면 내년쯤 앨범 발매 계획도 세우고 있는 '가수' 신명옥. 그녀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데 불편한 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노래 부르러 가기까지가 문제이다.

"버스는 도저히 탈 수 없고, 계단을 내려갈 수도 없고. 은행이나 슈퍼에 잠깐 나가려 해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야 하니 미안하죠." 얼마전 장애인들의 목숨을 내 건 이동권 투쟁의 결과로 광주에서도 장애인 전용 버스가 시범적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신 씨는 별 기대를 갖지 못한다.

'장애인 이동권 확보'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물론 있으면 좋죠. 그런데 또 '보여주기 식'으로 잠깐 운행되다 말아버릴까 싶은거죠. 혹시 시내 지하상가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타 봤어요?" 쾌쾌한 냄새에 벽에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닌다는 그 엘리베이터는 사실 '인권의 도시' 광주의 장애인 정책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 그래서 그녀에게 '광주여성장애인연대' 활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아이만큼은 생활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배울 수 있게 할 거예요." 곧 태어날 아이가 '장애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
당연히 가져야 할 것,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장애인이라는 이름과 맞바꾸며 살아온 그녀가 아이에게 가르쳐 줄 것은 한가지이다. "아이야,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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