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신뢰와 희망을 다시 구축하며
[창간사] 신뢰와 희망을 다시 구축하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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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태[본지 발행인, 소설가,광주대 문창과 교수]
우리는 겸허하고 소박하게 시작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신뢰의 무게를 더해가면서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생명력 있는, 강한 '역사의 칼'이 될 것이다.

21세기 우리를 위한 새로운 담론은 '신뢰와 희망'의 재구축이다.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를 지탱해주는 가장 강한 것은 믿음과 희망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신뢰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 신문들의 현란한 수식어에는 속임수가 들어있고 남발하는 과학적 지시어인 코드랭귀지마저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믿음이 없는 공동체는 이기주의 함몰로 절망만이 넘칠 뿐이다. 무엇이 우리사회를 이렇게 불신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가치관의 전도, 원칙의 무시, 부정부패 만연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이유는 그 동안 언론이 역사 속에서 믿음의 지렛대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때문이다.

그 동안 우리 언론은 독재치하의 고통 속에서도 소중한 민주주의와 정의의 씨앗 하나를 신문의 행간에 은밀하게 감추어 오면서까지 신뢰를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한다. 때로는 지사적 자존심과 투사적 용기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6월항쟁과 80년 광주민중항쟁 이후, 이 땅에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싸워야할 대상이었던 군사독재가 무너지면서 부터 우리 언론은 오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언론은 권력과 유착하여 정글의 법칙만으로 살아가는 공룡이 되어, 역사발전과 정의 지킴이 역할보다는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되고 말았다.

상업주의를 표방, 기득권수호를 위해 강력한 힘을 내세워 개혁과 역사발전을 추진하는 세력에 오히려 딴지를 거는 추태를 드러내고 있다. 공룡처럼 거대해진 신문은 이제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렸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언론자유를 위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절실해졌다. 이에 기존 언론에 크게 실망한 국민들은 21세기의 가치지향적 삶을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신문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간절한 열망으로 대안신문의 탄생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의 소수 전문언론인들에 의한 공급자 중심의 뉴스가 아닌, 수요자중심으로 편집되고 보도되는 새로운 신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 같은 역사적 당위성에 따라 '시민의 소리'가 탄생된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현란한 거짓으로 포장된 빠른 뉴스를 원하지 않는다.

기실 우리 주변에 빠르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는가. 이제 인터넷시대에 뉴스의 생명은 빠른 데 있지 않다. 무엇이 진실이며 시민들이 바라는 진실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삶의 가치나 진정성은 빠른 것에 있지 않고 '믿을 수 있는 진실'의 아름다움을 모든 시민들이 공유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시민의 소리'는 시민이 알고자 하는 진실을 찾아서 그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할 것이다. 5월 광주항쟁으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광주에서 대안신문인 '시민의 소리'를 창간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시민의 소리'의 뿌리는 광주정신에 있음을 뜻한다. 80년 5월 빛나는 대동세상을 이루어냈던 그 때의 정의로움으로 '시민의 소리'를 함께 키워나갈 것이다.

'시민의 소리'는 특정자본의 소유물이 아닌, 바로 시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소리'는 학계, 법조계, 참신한 언론인,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적구조의 법인을 구성하여, 특정지분이 편집권을 침해할 수 없도록 했다. 확실하게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어 있으며 시민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쌍방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열린신문이다. 우리는 겸허하고 소박하게 시작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신뢰의 무게를 더해가면서 가장 믿을 수 있고 가장 생명력 있는, 강한 '역사의 칼'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오만하게 도전의 탑을 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쌓은 탑이 높아질수록 더욱 겸허하게 시민의 무릎 아래로 몸을 낮추고, 강해진 힘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시민과 함께 광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생존의 영광과 고통을 끝까지 함께 나눌 것이다.

/문순태[본지 발행인, 소설가,광주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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