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함 넘나드는 서민들의 발길들
아찔함 넘나드는 서민들의 발길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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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어릴적 흥얼거리던 이 노래속 '기찻길'에는 왠지 모를 가난의 서정이 묻어 난다. 시끄러운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지리한 빈곤이 천진스레 잠자는 아이들의 표정에 묻혀서일까. 노래속 '기찻길'은 과거 기찻길 주변 사람들이 경험했던 음지 생활을 '서정'의 빛깔로 덧칠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기찻길은 야릇한 향수를 부르는 서정적 코드로 입력되어 있다.



하지만 철도위 사람들 '틈을 헤치고' 기차가 달리는 위험천만한 운암동 도심 철도를 지나본 사람은 결코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기찻길 풍경을 연상시킬 수 없을 터이다. 운암동 철도길은 주택가와 건널목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오가는 사람들이 만든 '간이 건널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철도길과 주택가를 막아놓은 담을 허문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밤새 누가 그 '건널목'을 막아 놓지 않을까 하는 것은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들이 왁자지껄 거리며 한 무리 간이건널목을 건넌다. 그 위험한 기찻길은 개구쟁이들의 '즐거운 등교길'인 것이다. 자전거를 들고 건너는 학생, 오토바이로는 기찻길을 넘을 재간이 없어 결국 자장면을 손으로 들고 배달하는 아저씨. 손주 병원에 다녀온다는 할머니의 간이 손수레는 지나는 이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기찻길을 지나기 힘들다.

물론 이런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해서인지 철도 주변에는 육교가 하나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용자는 거의 없다. 언제 생길지 모를 고속전철 때문에 육교가 상당히 높게 만들어진데다 길이는 50미터, 폭은 겨우 1.8미터다. '약간 흔들려도 안전하다'는 푯말이 있지만 그 육교를 한 번 지나본 사람은 이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단다.

어느 한켠에서는 폐선부지를 산책로로 만든다, 녹지공간으로 활용한다 말이 많지만 운암동 기찻길 옆 사람들은 오늘도 학교가는 아이들 등에 이 말을 빼먹을 수 없다. "아이야, 달려오는 기차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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