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어릴적 흥얼거리던 이 노래속 '기찻길'에는 왠지 모를 가난의 서정이 묻어 난다. 시끄러운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지리한 빈곤이 천진스레 잠자는 아이들의 표정에 묻혀서일까. 노래속 '기찻길'은 과거 기찻길 주변 사람들이 경험했던 음지 생활을 '서정'의 빛깔로 덧칠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기찻길은 야릇한 향수를 부르는 서정적 코드로 입력되어 있다.
하지만 철도위 사람들 '틈을 헤치고' 기차가 달리는 위험천만한 운암동 도심 철도를 지나본 사람은 결코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기찻길 풍경을 연상시킬 수 없을 터이다. 운암동 철도길은 주택가와 건널목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오가는 사람들이 만든 '간이 건널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철도길과 주택가를 막아놓은 담을 허문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밤새 누가 그 '건널목'을 막아 놓지 않을까 하는 것은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들이 왁자지껄 거리며 한 무리 간이건널목을 건넌다. 그 위험한 기찻길은 개구쟁이들의 '즐거운 등교길'인 것이다. 자전거를 들고 건너는 학생, 오토바이로는 기찻길을 넘을 재간이 없어 결국 자장면을 손으로 들고 배달하는 아저씨. 손주 병원에 다녀온다는 할머니의 간이 손수레는 지나는 이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기찻길을 지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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