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에게 죄송하다'-법정에선 5·18은 '폭동' 주장 지만원씨
'광주시민에게 죄송하다'-법정에선 5·18은 '폭동' 주장 지만원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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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광주지법 영장심문법정.
이날 피의자석에는 지난 8월 '5·18은 소수 좌익과 북 특수부대원들의 선동에 의한 폭동'이란 내용의 일간지광고를 내 파문을 일의켰던 지만원씨(60·시스템사회운동본부 대표)가 자리했다.

지씨는 광고를 통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승함에 따라 좌익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세력과 홍위세력 등 좌익들이 불을 당기면 광주사태 확대판이 나올 수 있다. 광주사태는 좌익과 북한에서 파견한 특수부대원들이 순수한 군중들을 선동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한 인물.

지씨는 5·18관련단체의 고소에 따라 수사에 나선 광주지검 조사부의 소환에 불응하다 22일 오후 경기도 자택에서 수사관들에게 긴급 체포된 뒤 구속영장이 청구돼 이날 심문법정에 나섰다. 그러나 그간의 논조와 달리 내내 긴장과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일간지광고'5.18은 좌익과 북 공작원 선동'주장
광주지검에 의해 구속영장 청구
"좌익 세력 비난하다 광주 비하하는 결과 낳았다"사과


이날 심문은 '광주 5·18'과 관련된 사항인지 매우 '특이하게' 진행됐다.
정경현 영장전담판사는 "변호사님 선임을 잘못했네요"로 첫발언을 시작, 이날 심문의 분위기를 짐작케했다.

정판사는 "내가 보기에도 (광고는) 불쾌했다. 피의자는 5·18을 지켜봤는가"고 묻고 '문헌으로 접했다'는 지씨의 답변에 "수백구의 시체가 피흘리며 거리에 굴러다니는 것을 광주시민들은 지켜보았다, 일부 제대로 안한 자들이 행세하는 덕에 5·18이 욕을 먹고 있지만 지금도 5·18얘기가 나오면 광주시민들은 치가 떨린다.…"

판사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놀란 지씨는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손상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지씨는 "좌익 세력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광주를 비하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광주시민들의 5·18에 대한 인식이 종교적(나중에 신념으로 수정)이고 확고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마음의 상처를 줘 죄송하다"고 반복했다.

지씨는 광고가 나간 후 8월 자신의 서울 사무실에 찾아가 항의하는 5·18 부상자회 회원 10여명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고 이에 5월 관련자 608명을 대표해 이광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제단체협의회 김후식 이사장·유족회 정수만 회장 등 8명이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었다.

한편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지씨의 주장에 대해 5월단체는 물론 시민들은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씨는 이날 오후 영장이 발부돼 구속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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