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붕괴 - 여성농민이 사라진다!"
"절반의 붕괴 - 여성농민이 사라진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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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은 여성, 그 여성중에는 수많은 직업군에 속해 나름대로의 경제활동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여성00인 이라고 부른다. 그중에 농업을 업으로 삼는 여성들이 있다. 아무도 그들을 맞벌이 부부라 칭해주지 않아도 5,000년 역사를 묵묵히 이름도 없는 여성농민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겨우 이제 당당한 이름표를 달았다. 하지만 이 이름표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 남을 수 있을것인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쌀값하락으로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기 시작한지 이제 겨우 일년이지만 그 충격은 5,000년 지켜왔던 농업의 간고함보다 더 견고하게 뒤통수를 내리친다. 무수한 사람이 이제 농업은 사라지는 산업이라고 떠들어도 농민들은 민족의 생명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티었고, 여전한 사명감으로 씨앗을 내고 거친 흙을 일구어 왔다.

농가의 경제문제는 여성농민의 이직으로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모든 농업정책이 "어서들 떠나시오."라는 경고장이 되어버린 오늘, 농민들의 불안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환경, 문화적 패배감, 불어나는 농가빛, 어느하나 농촌에 붙들어 놓을 동아줄은 보이지 않는다. 몇평안되는 땅덩이일망정 무작정 던져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농업을 포기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평생 농사만 짓던 우리가 도대체 도시로 나가 무엇을 할것인가라는 물음에 봉착하면 깊은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러다보니 궁여지책으로 농가의 경제해결은 여성의 이직으로 나타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성농민인의 직업을 농업으로 보지 않았기에 그들을 이직했다고 말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저 농외소득으로 인식할 뿐이다. 하지만 엄연한 그들은 농업인이었고 맞벌이 부부였다.

이제 그 여성들이 농업을 벼랑으로 내모는 정부 덕(?)에 뜻하지 않은 직업을 얻게 되었다. 올해만 해도 내곁의 5-6명의 여성농민들이 식당이나 대형슈퍼마켓에 취업을 했다. 미용기술도 배우고 조리사 자격증도 딴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자기모색을 시작했다며 환영하고 능력있는 여성들이 배출된다며 능력향상 운운한다.

여성농민 이름표 잃을 불안감
하지만 꿈의 씨앗은 남겨두고


하지만 이런 시작이 정말 자기모색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었다면 이때도 그들을 진정한 자신의 삶을 챙겨나가는 여성으로 이야기할것인가! 농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현실. 능력있는 여성농민으로 남고 싶지만 다른 길을 찾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이 터무니 없는 현실 - 많은 여성농민들이 농촌에 어떻게든 한발을 걸치며 살아보고자 많은 방법들을 모색하지만 그도 여의치 않는 사람들은 이농을 결심한다.

내 어릴적 꿈은 농사꾼이 되는 것이었고 이제 농사꾼이 된지 겨우 7년째다 .하지만 언제 이 여성농민이란 이름표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나를 흔든다. 하나씩 둘씩 떠나가는 여성농민들을 보며 그들을 붙잡지 못하는 것은 나 또한 미래를 감당할 자신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또다시 꿈꿔본다. 언젠가 이들이 하나씩 둘씩 떠나갈때처럼 다시 돌아와 내곁의 든든한 동료로 함께 씨앗을 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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