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에 어울리는 '문화적' 시설을
문화도시에 어울리는 '문화적' 시설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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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단위 정도의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합문예회관이나 종합운동장 등의 문화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의 집'도 시군구에 연차적으로 계속 확충되어진다고 한다.

농촌지역의 생활권이 군청소재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제 인프라 측면에서 만이라도 문화복지를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면 단위만 하더라도 복지회관, 면민회관 등의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 여기에 담을 수 있는 콘텐츠만 확보된다면 한시간 내 접근권은 전국토에 걸쳐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도시는 어떠한가. 이미 존재하는 다기능의 '종합세트'가 시민들의 다양해지고 깊어지는욕구 증대에 따라 기능상 한계를 드러내고 여기에 지방정부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경쟁적 '건설의지'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다.

규모가 더 커진 복합시설은 '회관'이라는 명칭이 구식인데다 요식업등의 업종에게 빼앗겨 버려 '전당', '센타' 등의 특대급으로 신장개업 한다. 특히 최근 지어지는 이러한 체격의 시설들은 돌집에 못살아 한이 맺혔는지 건물의 안팎과 마당, 뒤뜰까지 온통 돌로 치장해 가히 슈퍼헤비급의 위용을 드러낸다. 여기에다 미술관등의 특수 목적 시설까지 더한다면 이제 자리 없어 못 논다는 말은 안나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속속 들어서는 '거대한' 문화시설들

광주에도 수년 내에 몇 개의 거대 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컨벤션센타, 현대미술관, 디자인센타 등이 오르내린다. 어려운 시의 살림형편이나 지은 후의 운영문제 등을 생각할 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경기장을 보더라도 지난 유월 한 번 신나게 놀았지만 지금은 이걸 어이하나하는 고민에 차 있지 않는가. 컨벤션센타의 경우 이미 지은 부산이나 대구의 사정이 좋지만은 않다 하고 현대미술관은 건립부지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본래 목적이 실종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계절이 되면 장도 담그고 다음 해 살림준비를 해야 한다. 구데기 방지할 방법들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위의 시설들이 완성되어 활용될 때까지 광주시의 재정분석이나 해당 시설의 수요예측이 어느 정도 나와 있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시설의 규모나 기능 등을 정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조사연구를 마치더라도 예측은 어긋나기 마련이고 환경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컨벤션센타나 디자인센타의 경우 산업연관성이 강해 어차피 해당 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겠지만 현대미술관의 경우는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문제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대형미술관, 공연장들은 리노베이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십 년 간 안정되게 운영되어 온 유명미술관들이 이용자들의 변화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근본적으로 전통적인 미술관, 공연장으로부터 새로운 개념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혁신을 이루어가는 추세라고 보여진다. 전시전용 면적이나 객석을 줄이고 카페테리아나 뮤지엄 숍 등의 편의시설이나 판매시설을 늘려 고객만족, 경영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다기능 복합시설로 환경변화에 대응해야

문화시장은 수요예측 등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시장특성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장기전망 자체가 불가능한 트렌드 등의 수요변화 요인이 발생한다. 새로 들어서는 시설들이 운영 측면의 리스크를 줄이려면 다기능-복합시설을 지향해야 하고 가변공간을 확보하여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

컨벤션센타나 디자인센타의 경우 본래적 기능뿐만이 아닌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타 기능이나 문화기능을 부가 또는 고려하는 설계컨셉이 있어야 할 것이며 현대미술관은 만약 도심에 위치한다면 단순한 편의기능을 넘어선 도시문화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소비기능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 시설들이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도시마켓팅 차원의 방문객을 위한 국제적 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흡인력이 있는 심미적 기능을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한다. 광주가 '국제적'임을 내세우려면 국제 콤페를 통한 건축물이 최소 대여섯 개는 있어야 하고 소쇄원뿐만 아니라 앞으로 현대미술관, 컨벤션센타, 창설 10년을 앞두고 리노베이션비된 비엔날레홀 자체를 견학코스에 넣어 전국에서 건축, 디자인 관련 학생들이 찾아 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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