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동명의' 평등부부 첫걸음
'재산공동명의' 평등부부 첫걸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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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야흐로 '결혼철'이 도래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라면 갖가지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을 터이다. 혼수용품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부부들의 일반적 추세는 집은 남자가 마련하고, 살림살이는 여자가 장만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은 남편 소유로 등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측의 '주택소유권 명의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76% 가정의 주택소유권이 남편명의로 되어 있다.

최근 광주여성의전화를 비롯한 여성단체에서는 지난 24일부터 '부부재산 공동명의' 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주택명의 76%가 남편소유 전업주부 재산기여 30%만 인정
광주여성의전화 등 24일부터 '부부재산 공동명의'캠페인


부부재산 공동명의는 말 그대로 집, 토지 등 부부의 재산을 남편과 아내의 공동명의로 하자는 얘기.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 재산의 소유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재산의 소유가 경제력에 따른 '권리'및 '책임'의 문제와 연관 있음을 생각하면 부부재산 공동명의제 필요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

"부부재산 공동명의는 부부간의 남녀 평등을 실현하는 기본적인 과정이예요. 사실 육아나 가사 일은 여전히 여성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법적으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재산 형성 기여도는 30%밖에 인정되지 않아요. 그만큼 권한이 축소되어 있다는 의미죠."

광주여성의 전화 차경희 씨는 재산공동명의가 부부가 평등하게 사회적 책임을 갖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외면되어진 여성의 권리를 찾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말이다.

현재 '재산 분할 청구권'의 도입으로 여성의 가사노동은 재산형성의 30%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혼시에만 효력이 있다. 만약 이혼 전 명의자 한쪽이 재산을 처분할 경우 비명의자는 그 재산에 대한 어떤 권리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부부의 재산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여전히 여성의 정당한 재산권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알 수 있다.

부부재산 공동명의는 부부 평등 이루는 기본 거름

오숙희씨(37 상무지구)는 "남편이름으로 재산을 등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현재 집도 남편 명의이다"며 "그런데 결혼생활 10년째 전업주부인 나에게 경제력이 없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오 씨의 의견은 부부재산 공동명의가 이혼과 같은 유사시에 공평한 재산분배를 위함이 목적이 아니라, 부부의 경제적 평등을 이루는 정당한 권리찾기임을 시사한다.

사실 결혼은 개개인의 만남과 결합이지만, 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족이 사회구성의 밑바탕을 이룬다는 점에서 결혼은 사회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부부' 평등의 문제는 우리 사회 남녀평등 지수와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올 가을, '부부'라는 새로운 사회인이 될 수많은 남녀들이 '부부재산 공동명의'를 첫 번째 '혼수'로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남녀평등 사회를 만드는 작은 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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