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감 제도개선에 찬물 ?
경찰, 국감 제도개선에 찬물 ?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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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사무 간섭말고 민생정치 실현하라"
"야야, 양쪽으로 밀어붙이란 말야"

공무원들과 전투경찰들이 전남도청 앞 마당에서 뒤엉켰다. 24일 오전 10시께 전남도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공직협) 소속 공무원을 비롯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소속 공무원 200여명이 국정감사 폐지를 요구하며 도청 앞마당에서 피켓시위를 벌이자 전남도경측이 감사위원들의 진입로 확보를 위해 경찰병력을 투입, 공무원들을 밀어붙인 것. 이 과정에서 양측간에 밀고 밀리는 몸싸움이 있었고 결국 물리력을 앞세운 경찰측이 도청 정문에서 청사 현관까지의 통로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찰의 '통로확보작전'은 현장에선 물리력을 앞세운 승리였지만, 정치적으론 실패한 작전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건강한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까지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남도의 국감은 국정감사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피감기관인 공직협측과 감사 기관인 국회간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로선 첫 감사라는 점에서 감사 당일 공직협측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공직협측은 이에 앞서 지난 23일 국회 행자위측이 지방 고유사무의 국감 제외와 국회차원의 국감제도 개선 등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키로 함에 따라 이날 도청 안에서 피켓시위만 벌이기로 했던 것이었다.
또한 광주전남개혁연대(공동대표 지병문 등)도 공직협측이 일단 국가위임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를 받기로 입장을 정리하자 "전남도 공직협의 국감수용입장을 환영한다"며 성명까지 낸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날 공직협측의 시위는 법테두리를 유지하기 위해 도청 밖을 벗어나지 않은 채 국감을 앞두고 전국적 현안으로 떠올랐던 국감실효성에 대한 여론을 이어가는 자리였다.

전남도 국감에 공직협 합법적 주장
전남도경이 자체판단으로 도청 진입
국감개선에 대한 여론형성에 찬물 끼얹어


그런데 이 자리를 경찰력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한 것. 더욱이 전남경찰청은 도청측의 시설보호요청이 없었는데도 자의적 판단으로 병력을 투입해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공직협측은 "행정책임자가 엄연히 자리에 있음에도 아무런 허락도 없이 경찰병력이 마음대로 관공서 안까지 치고 들어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해 했다.

이에 대해 임상호 전남도경찰청장은 이날 공직협측 대표와의 면담에서 "도청에서 시설보호요청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고, 경찰력 투입 판단은 내가 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청 앞마당에서 벌어진 국감폐지 논란은 이날 국정감사장까지 이어졌다.
당초 예정보다 약 40분 가량 늦게 시작된 국감에서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이날 공직협측의 시위에 대해 실정법상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그 주장에 크게 이의를 달지는 않았다.

민주당 김충조 의원은 감사 질의에 앞서 "국정감사는 견제와 비판 뿐아니라 이를 통해 법을 개정하고 예산심사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국감을 위해 요구 자료가 너무 많아 추석연휴도 없었다는 한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미안함을 비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목요상 의원도 "현행법상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단식까지하면서 과격함을 보이는 것이 바른가"하고 지적한 뒤 "사실 자치단체의 고유업무와 국가 위임사무를 명확히 구분해 감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목의원은 또 공직협의 예산직무집행 거부에 대한 박태영 전남도지사의 '솔직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태영 전남지사도 답변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행위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입법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바림직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정감사는 지방고유업무에 대해선 각 지방의회의 정기 사무감사와 중복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감사위원들의 과다한 자료요구로 일선 공무원들은 국정감사 2~3개월 전부터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역기능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올 국정감사를 계기로 불거진 국감의 실효성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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