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중국, 화교학교 이상 열기
뜨는 중국, 화교학교 이상 열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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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순, 화교유치원(광주시 동구 계림2동)에선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학기 원생을 선착순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앞다퉈 찾아온 학부모들이 유치원 앞에서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 밤을 지새운 것.
이처럼 유치원 입학에 목숨 거는 학부모들의 목적은 따로 있다. 아이들을 화교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함이다.

보통 '외국인학교'는 일반 한국인의 입학이 불가능하다. 입학자격이 외국시민권이나 영주권 소지자, 5년이상 해외에서 장기 거주하다가 일시 귀국한 해외 교포자녀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 화교초등학교는 지난 99년 외국인학교들이 등록돼 있던 '출입국관리법'이 없어지면서 시교육청에 '각종학교'로 재등록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무인가 교육기관으로 입학자격 제한이 없다.

화교유치원생 선착순 모집 소식에 한국인 부모 교문앞 노숙 진풍경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학교에는 한국 학생들이 봇물처럼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칭 "시대를 앞서가는 부모들"이라 말하는 한국인들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주시하고 있다.


"곧 중국이 세계에서 최강국이 될텐데 우리아이가 중국어를 잘하면 그만큼 기회가 많아지잖아요." 또, 최근 한의학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아이에게 중국어를 배우게 하고 싶은 주요인이다.

99년 이전 입학했던 한국 학생은 한 학년에 한두명인 반면, 99년 이후 매해 30명 이상의 한국 학생이 입학했다. 이에 학교측은 교사나 교실의 한계로 입학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 한국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려면 화교유치원을 거쳐야 한다는 '필수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99년 이후 매년 30명씩 입학…학력인정 안되 검정고시로 중학 진학

하지만 졸업 이후의 겪어야 할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 학교는 '외국인학교'로 국내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학력 인정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인들이 6학년 과정을 끝마친다 하더라도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선 초등 검정고시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졸업하기 전 일반학교로 전학가는 부모들도 있지만, 검정고시를 보더라도 전과정을 마쳐 완벽하게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부모들이 많다.


중국을 갈망하는 교육열은 다른 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학교에서 한국어 사용은 일체 금지되어 있다. 화교인들을 위한 교육기관이라 국어·사회·음악 등 모든 것이 대만 교과과정을 따르고 있다. 교과서도 대만에서 직접 가져온다. 한국 역사가 아닌 중국 역사를 익힌다. 대신 아이들은 초등2학년 정도면 중국어를 전공하는 일반 대학생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

한국어 한국사 대신 중국사만 배워도 "중국어만 잘할 수 있다면…"

반면, 아이들에게 한국이 낯선 곳으로 변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 하면서 '꽃이 만발하네'라고 감탄했는데 아이가 '엄마, 만발이 뭐야?'라고 되묻는 거예요." 이에 한국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습지나 과외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일반 초등학교 가도 영어와 중국어 등 과외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다를 게 있나요"라는 반응이 더 많다. 한국어는 조금 서툴더라도 '우리 아이 중국어 잘한다'는 자부심이 더 크기에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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