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제도 문제 있다.
임원제도 문제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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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되면서 각 학교마다 아이들 임원 선거를 끝내고, 학부모회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알림장에 '임원 선거'라고 적혀 있기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아들은 "엄마, 나는 떠드는 친구들 이름을 적을 자신이 없어"라고 대답했다.
아들의 이 짧은 한마디는 지금 현재 아이들에게 임원이란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임원제도가 무의식중에 존재하는 군사문화의 사고로서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어른들 식의 제도라고 확신한다.
임원제도가 존속되어 온 건 교육적인 필요성보다는 교육분야가 그만큼 보수적이고, 학교만큼 기존의 해오던 방식 즉, '관례'에 집착하는 곳이 없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학부모 활동을 해오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개혁적인 노력이 먹혀 들어가기가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됐다.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어른들식 사고


사소한 부분인 듯 하지만 "가고 싶은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로 만드는 시작일 수 있는 임원제도의 새로운 모색을 제안하고 싶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십시오"라고 기성세대의 정치판을 그대로 흉내내며 외치는 아이들과 부모들까지 동원되어 유세문을 써주고, 나름대로 표관리(?)까지 해 가는 임원선거! 내성적인 아이나 소극적인 부모를 둔 아이들에겐 임원 선거 나가는 게 꿈같은 일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무슨 교육적인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저학년 때 임원을 해 본 아이들이 대부분 졸업할 때까지 임원을 하게 된다.
알게 모르게 학교 생활은 임원 중심으로 흐르게 되고, 이 임원들로부터 완전히 자유스런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는 힘들다.
그래서 '잘난 아이들'의 우월감이 나름의 패거리 문화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이런식의 사고는 일종의 엘리트의식으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헤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 임원제도의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학부모회와의 관계를 들 수 있다. 아이 임원의 엄마들이 대부분 학부모회의 임원이 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아이가 임원도 아닌 엄마가 학부모회 임원을 하려고 하면 어지간한 배짱(?)으로는 힘들다. 아이 임원 엄마들이 나름의 특권의식들을 갖고 있어 자기들 중심으로만 이끌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소외를 시키고 있다.

특권의식, 패거리문화를 가르칠 것인가


학부모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도 아이가 뒷받침이 안 돼줘서 곤란해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한편으론 아이가 임원이 되고 싶어도 엄마가 뒷바라지를 못해줘서 기죽는 아이들도 의외로 많다.

심지어 "엄마한테 임원 선거 나가도 되는지 물어보고 오라"는 교사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임원을 하려면 엄마가 임원회비를 비롯한 잡다한 경비를 부담하면서 학교 행사 때마다 뛰어 다녀야하는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함을 감안한 배려(?)였으리라 여기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학부모회 총회를 소집하면서 각 반 임원 아이들한테만 안내장을 주는 학교가 있어 일반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는 학교가 있는 걸 보면 임원과 학부모회의 관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는 현행 임원 제도의 문제점을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하고 바뀌길 기대하리라 믿는다.
교육적인 효과를 위해서라면 굳이 몇 명의 소수만을 키울 것이 아니라 가난한 아이, 수줍은 아이, 말썽꾸러기 아이, 좀 모자란 듯한 아이 등 모두의 아이들에게 자신을 올바로 내세우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클 수 있는 기회를 돌아가면서 주는 것은 어떨까? 월반장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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