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에게 띄우는 위안의 선율
아줌마들에게 띄우는 위안의 선율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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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에 시달리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지쳐있던 그녀들의 손가락이 안식을 찾는 유일한 곳은 바로 무대위다. 바이올린, 첼로의 가느다란 줄 위에 올려진 그녀들의 손가락은 세상 어느것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거친 손은 여느 잘가꿔진 손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광주지역 유일한 여성악단인 '광주 여성 체임버 앙상블'은 지난 3일 비발디의 '사계'를 곡명으로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단원 대부분이 3-40대 '아줌마'인 그녀들이 '악단 창단'이라는 일을 벌인 것은 지난 99년이었다.

광주 유일 여성 실내악단
'여성체임버 앙상블' 정기연주회
99년 창단 어느덧 4년째 단원 20명 주1회 연습 호흡 "척척"


"다들 결혼한 '아줌마'들이지만 좋은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모였다"는 단장 김금아 씨.
그녀의 말처럼 20명 남짓한 단원 대부분이 직장인에 아줌마인지라 수다떠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무리해서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연습을 진행했다. 그런 것이 벌써 4년째, 이제 유명 지휘자를 초빙해서 연주회를 벌일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다.


하지만 '아줌마 악단'이 정작 듣고 싶은 칭찬은 '연주 잘하는 악단'이 아니다.
"화음을 맞추어 합주를 시작하면 음악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모든 시름 잊고 음악에 묻혔을 때 정말 행복을 느껴요" 라는 조연금 씨(바이올린 46)의 말처럼 '아줌마 악단'은 세상의 변방으로 몰려나 있는 '아줌마'들에게 음악으로 위안과 휴식을 주고 싶단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대중적인 음악으로,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녀들이 박제된 연주홀을 벗어나 영광으로, 진도로 달려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식과 남편도 소중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해요. 아줌마들이 우리 음악을 들으때는 자식, 남편, 집안일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줌마 악단'이 '아줌마'에게 보내는 음악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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