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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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틈 시인
  • 승인 2024.03.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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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한국 출산율이 0.7명이라는 통계 수치를 보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윌리엄스 명예교수가 EBS 다큐멘터리에서 보인 반응이다. 나는 교수가 놀란 눈을 하고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표정을 보고 더 놀랐다.

사실 한국에서는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이래 아무도 미국 교수처럼 놀라는 사람이 없었다. 국민이 모두 당연하다는 투다. 놀라는 사람이 더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나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난 합계출산율을 보면 1970년 4.53에서 1983년 2.06으로 떨어졌고, 2000년 1.48, 2010년 1.23, 2023년 0.72로 계속 낮아지다가 지난해 4분기는 0.5명으로 추락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2750년엔 한국이라는 국가가 소멸할 것이라 한다.

통계치로 볼 때 출산율이 0.5명이지 달마다 떨어지고 있다. 통계라는 것이 참 웃기는 것이 인구 출산율 0점 이하라는 건 이건 전혀 의미가 없는 수치다. 팔, 다리 없는 아기를 0.5명이라 하면 모를까 어떻게 사람을 0점 몇 명이라 할 수 있는가.

왜 인구 출산율이 세계 꼴찌가 되고 말았을까. 두 사람이 결혼하면 두 아이를 낳아야 정상이다. 부모 두 사람이 자연사할 것이므로 두 자손을 남기고 가는 것이 합당하다. 한데 그동안 무슨 문제가 생겼길래 이런 ‘망할’ 숫자가 등장하게 된 것일까.

이것은 순전히 내 뇌피셜인데 한번 들어봄 직하다고 나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업화 성공으로 잘 먹고 잘살게 된 이후 행복이라는 개념이 확 달라져 버렸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산업화를 일군 부모 세대는 행복이란 아이를 2, 3명 낳고 북적대며 사는 것을 다복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기르며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면서 씩씩하게 자라는 것을 보며 무한 행복감을 느꼈다. 부모 세대의 행복지수는 아이들 잘 기르는 것이 1등이었고, 나머지 성취는 소소한 행복 요인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대들은 아이 안 낳고 부부 둘이 함께 아파트 마련하고 외제차 사고 맛집 찾아다니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한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굳이 아이를 양육하는 ‘3D업종’에 시달리는 것을 기피한다. 한밤중에 아기를 안고 병원 응급실 가는 것은 노 땡큐다. 육아는 돈을 주면서 하라 해도 못하는 극한직업으로 간주한다. 0.5명이면 어떻고 0.05명이면 어떤가. 인생을 최대한 즐기면서 사는 것이 뉴 로망이다.

이런 판에 출산율 높이기 위한 그 어떤 정책도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다름없다. 코일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원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나 너무 길게 잡아당기면 철사는 늘어져서 원 상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인구 출산율 증가는 철사를 길게 집어 당긴 것처럼 임계점을 넘어 버렸다. 원상 복구 시점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러면 절망적인가? 나는 그렇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지만, 최후로 한번 시도해볼 만한 정책이 있긴 하다. 지금 출산율보다 더 이상 안내려가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혼모의 출산을 보듬어 주고, 동거 출산을 인정하고, 한해 80만건에 달하는 중절수술을 막아야 한다.

이제 아기를 낳은 부모가 아기를 못 기르겠다고 하니 국가가 아이를 받아 기른다는 각오로 정책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신혼부부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출산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적어도 앞으로 50년간은 신생아복지에 올인해야 한다. 70, 80 고령인구에 쏟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신생아복지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임신-출산-육아-대졸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국력을 쏟아붓는다면 희미한 회생 신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안 낳고 부부만 즐겁게 살다 가겠다는 이 괴담 수준의 이념을 바꾸어 줘야 한다.

우주 대자연은 생명의 번성을 요구한다. 힘들다고 아이 안 낳고 지내는 것은 자연법에도 맞지 않는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인구 출산 대책에 280조원을 들였다. 그 결과는 출산율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30대 초반의 조카딸 둘은 이번 생에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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