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조사
선거 여론조사
  • 문틈 시인
  • 승인 2024.03.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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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날마다 같은 번호가 뜬다. 처음에 누구인가 싶어 귀를 댔더니 여론조사를 시작하겠으니 잠시 시간을 내달라는 녹음된 질문이다. 나는 그냥 끊고 말았다. 그런 쓰잘데 없는 일에 시간을 뺏기고 무어라 답하는 것이 싫어서다.

그랬더니 매일 같은 번호의 전화가 걸려 온다. 보통은 대답을 아니하면 그걸로 끝인데 이번에는 다르다. 특별히 나라는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가 아닐진대 성가실 정도로 이상하게도 나를 타겟으로 전화가 걸려 온다.

할 수 없이 전화를 들고 계속 들어보기로 했다.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묻는다. 유감스럽게도 후보들에 대해서 나는 전혀 아는 부분이 없다. 후보들이 무슨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도 들어본 바가 없다.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형편에 후보 이름만 대고 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느낌이다. 대체 아무런 자료나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밑도 끝도 없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단 말인가.

게다가 후보들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내리 세 번째 국회의원에 선출되어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말고는 전혀 백지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번 선거를 모르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인공지능, 자동로봇과 같은 산업판도를 바꾸는 대전환기에 미래를 말하는 후보를 찾고 있는 중이다.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면 맨날 정파간에 싸움만 하는 정치에 질려버린 나는 비록 한 표에 불과하지만 이참에는 명확한 내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가까운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

시정의 장삼이사에 불과한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우리 한국은 건국 이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정치가 이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국가사회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얻는 데만 경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보면, 출산율이 제로로 내려가고 있는 인구급감 사태, 고령인구의 급증에 따른 노인돌봄의 제도적 복지, 세계 최고의 자살률, 젊은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주택값 등 굵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미래로 질주하는 미래산업에 대해서는 뒷짐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우리 산업 전반을 압도하는 중국산 제품들은 또 얼마나 위협적인가. 아마도 세계지도를 펴놓고 각 나라들을 볼 때 우리나라처럼 문제투성이인 나라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외양으로는 자유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국뽕’ 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속을 보면 흰개미떼가 속을 파먹은 바오밥나무처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위기로 가득 찬 나라라고 나는 인식하고 걱정한다.

아직 후보들의 면면이 알려지지 않고, 게다가 후보로 확정되지도 않은 터에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는 것은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여러가지 늘어놓고 어떤 것이 가장 맛있겠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이름만 듣고 지지자를 대라는 건가, 얼굴만 보고?

나는 차라리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를 물어봐 주었으면 한다.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미래로 가는 열차에 국민을 싣고 가기를 바라는 여론을 들어보는 것이 훨씬 낫겠다 싶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거의 본 적이 없어 참으로 아쉽다.

그저 선거 때만 되면 수십 개 여론조사 회사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날고 기고 난리다.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무서운 것은 이런 여론조사 과정이 사실상 특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서 대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녹음되어 있는 질문이거나 사람이 직접 질문하거나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당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대개 선거 여론조사라는 것이 이렇다. 벌써 어느 후보가 몇 퍼센트의 지지를 받는지 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긴 이번 국회의원 선거가 돌아가는 모양을 보니 후보 개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가 소속된 당을 보고 찍는 듯한 분위기다.

후보 개인의 인품, 역량은 둘째, 셋째다. 누가 후보가 되었든 공천 전에는 ‘폴더 인사’를 하고, 당선 후에는 ‘노룩 인사’를 하는 인물들이지만 어느 당 후보냐인가에 따라 결판이 날 것 같다.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참다운 후보를 참으로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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