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근무조 폐지'와 교원노조 단체협약
'방학 중 근무조 폐지'와 교원노조 단체협약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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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단상>


7월19일 전교조와 한교조, 양대 교원노조와 시교육청 사이에 단체협약이 타결되었다. 광주시교육청 산하의 교사만도 11,00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만 본다면, 광주의 대규모 사업장의 노사간의 협약이 체결된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단협은 그 전통의 부재로 인하여, 지켜지지않고, 고소될 시 형사처벌을 받는 법에 준하는 강제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의 교장, 교감이나 평교사 자신들도 이를 권위 있는 협약으로 대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다보니 그 이행여부에서 학교마다 편차가 많다고 한다. 학교경영자들의 자발성도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그러한 편차의 가장 큰 원인은 학교현장 교사들의 단결된 요구의 힘이며 감시능력에 있는 것 같다. 그 대표적 사례로 최근 체결된 단협 27조 ③항의 '방학중 근무조 폐지'의 경우를 들 수 있겠다. 협약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2002학년도 여름방학부터 방학중 평일 근무조를 폐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학교장은 교원의 의견을 들어 근무조를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그러나 교육청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몇 몇 학교들에서는 근무조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이름만 '봉사조'로 바꾸어 변칙운영을 하기도 한다. 교사들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근무편성을 하고서, 나오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학교도 있다. 학교의 관례와 지침을 의식해서인지, 일부 교사들은 '방학 중 하루정도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갑작스런 변화의 충격을 애써 피하고자 한다. 이것이 89년 1,500여 교사의 해직을 감수하며 10년을 넘게 기다려 만든 교원노조의 단협 현실인가 싶으면 진정한 교육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도단위의 당당한 협약체결도 현장에서의 체감효과가 이렇게 떨어지니, 전국단위의 협약은 어쩔 것이며, 또한 교육부의 '교육개혁'은 과연 학교단위에서 어떻게 제 빛을 발하겠는가?

"이것이 10년 걸린 교원노조 단협인가" 한계 절감
전문직의 삶의 방식으로 바꾸려는 교사집단 변화 선결돼야


'방학 중 근무조의 폐지'는 학교를 행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교사를 업무처리요원쯤으로 생각하는 한국교육의 왜곡된 풍토를 바꾸고자 하는 작은 출발이다. 무슨 보초병처럼 막연히 업무대기상태에 있어야 하며, '근무 중 이상 무'를 기록해야 하는 것은 교직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고, 학교경영의 원리 또한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왜 근무조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교현장의 공감대가 미숙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미 교사들 스스로 자신을 '전문직'이 아닌 탈숙련화된 단순 노무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교사노동의 가치 하락을 스스로가 당당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휴가 중 연수원'이라며, 법규에도 지침에도 없는 용어를 교사들 스스로 쓰는 이면에는 제 돈 내고 이 연수, 저 연수 바삐 다니면서도 방학은 교사에게 원래 노는 시간이라는 고정관념이 집단화되었기때문 아닐까?

교원노조는 신분과 복지 문제만이 아닌, 교육의 자주적 주체로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교사들의 집단적 성찰과 토론, 그리고 투쟁의 결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개혁이 그러하고, 교원노조의 단체협약이 또한 그렇다. 교사 대중 스스로가 자신을 전문직으로, 전문직의 삶의 방식과 의사소통의 방식, 행정의 방식으로 삶의 조건을 바꾸고자 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개혁도, 단체협약도 '태산의 큰 진동 끝에 나오는 쥐새끼 한 마리'이고 말 것이다. 교사집단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은 무엇 하나 바뀔게 없다. 이 말은 교육부와 더불어 교원노조에게도 금과옥조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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