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김영진 둘 사이에 무슨 일이...등돌린 두사람 '신뢰공방'
박태영 김영진 둘 사이에 무슨 일이...등돌린 두사람 '신뢰공방'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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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직후 '비방유인물' 선거후 '정책연합'파기 논란>
<검찰수사로까지 확대...지역민들 "진상 꼭 밝혀져야">


신의성실(信義誠實).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서로 상대방의 신뢰를 배반하지 않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이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의 도리를 의리라고 한다. 정치인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청렴, 도덕성과 함께 신의를 꼽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반드시 가져야할 품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만해도 행보를 함께해가던 지역 유력 정치인 두사람이 신의 문제로 크게 불편한 관계가 되버린 사태가 벌어졌다.
당사자는 신임 박태영 전남도지사와 4선의 김영진 국회의원(강진 완도).

두 사람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경선에 출마, 당시 허경만지사의 3선출마를 저지한다는 공동의 목표아래 손을 맞잡고 공조를 펼칠 정도로 끈끈함(?)을 과시했지만 박지사의 당선이후에는 서로 얼굴한번 마주친 적 없는 사이로 돌변했다.

논란의 핵심은 경선과정에서 김영진후보를 겨냥해 나온 4-5차례의 흑색유인물과 경선이후 본선과정에서 양자간 정책연합합의(정무부지사)건 등 두가지.

김영진의원측은 박지사측에 대해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박지사측은 '뭔가 오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정치의 속성을 또다시 맛보게 된다.

김의원 겨냥 흑색유인물- 정책연합 파기 논란


지난 14대 국회에서 처음 만나 김원기,박석무,정균환,이협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등과 자주 어울렸던 박지사와 김의원은 이번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 이미 지난 해 여름부터 두차례 회동을 갖기도 하는 등 일찌감치 선거 출진채비를 갖췄다.

두사람이 선거공조를 굳히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8일 민주당 전남도지부(지부장 천용택)가 도지사후보 경선장소를 허지사의 고향이자 자신들의 취약지인 순천(동부권)으로 결정하면서부터

이때부터 두사람은 허지사 3선출마 저지를 위한 공조에 들어갔으며 이후 두사람은 후보 3자회동 장소에 나란히 입장하고 "1표라도 뒤진 후보가 앞선 후보를 민다" 는 등의 공조입장을 과시했다.

실제 목포실내체육관으로 옮겨 진행된 경선에서 결선투표 직전 박후보와 김후보는 단상에서 양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허후보는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씁쓰레한 표정으로 패배를 자인해야했다.
문제는 경선 직후 발생했다.

1위를 자신했다가 참패한 충격을 겨우 추스른 김후보는 경선 다음날, 자신을 둘러싼 비방 흑색유인물이 선거 직전 5천여명의 대의원들에게 대량 전달됐다는 사실에 아연했다.

그 내용은 '노무현후보가 최소한 도지사는 장관급 이상을 지낸 사람이 해야하며 김후보는 적절치 않다'는 등의 조작된 논평. 또다른 유인물에는 '농어민을 대변한다는 김후보가 1백50억원을 치부했고 모 농업관련 관급공사를 싹쓸이했다'며 2년전 설립된 동생의 건설사 설립 등기부 등본을 첨부해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 등이다.
발송인은 물론 새천년 공명경선단 등 유령단체.

김후보는 "동생 건설사는 설립된 지 2년반밖에 되지않는 총 수주액 6천여만원에 불과한 단종회사"라며"또 노후보처럼 평생을 인권운동과 농민운동에 몸바쳐 온 자신을 그렇게 음해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태영후보의 여론조사1위'를 알리는 신문기사사본이 여론조사 의뢰자인 CBS방송 명의로 대의원들에게 발송된 사건이 드러났다. 이 봉투에는 여론조사 기사는 물론 제목을 조작한 또다른 비방기사도 함께 동봉됐다.

명의를 도용당한 방송사측의 고발로 수사에 나선 검찰은 발송자가 박태영 후보측인 것으로 밝혀내고 박후보측 참모를 선거법위반혐으로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김의원은 이와관련, 자신을 둘러싼 CBS 관련 유인물외의 다른 흑색선전물의 발송도 박후보측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갖게 됐고 경선당일 손을 들어줬다는데 강한 배신감과 함께 명예가 훼손된데 대한 울분을 여지껏 토로하고 있다.

운동원구속 CBS명의 도용건 김후보 비방기사 동봉


당시 김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본선에서 도민들의 심판을 받아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한 여론조사기관(R&R)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준비에 들어가던중 박태영후보를 만난다.

지난 5월 28일 예정된 도지사 선거후보 등록마감을 며칠 앞두고 두 후보측은 광주 상무동 센트럴호텔 2층 신부대기실에서 회동했다. 이날 박후보는 김후보측에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김후보는 "면전에서 총을 쏘고 뒤전에서 총쏘는 일은 없어야한다"며 흑색유인물에 대한 양측 공동 진상조사합의, 박후보 개인의 사과문 등을 선결조건으로 요구했다. (김후보측은 이 두가지 문건을 가지고 있으나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후보는 또 김영진후보측의 선대본부장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김의원은 "전남을 친환경농업,수출농업의 교두보로 삼아야한다는 나의 정책적 구상을 도정에 반영한다는 의미라면 기꺼이 정책연합에 동의한다'고 표명했다. '정책연합의 구체적 실현은 심기섭공동본부장의 정무 부지사'라고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영진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접고 심본부장은 박태영후보 공동본부장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6.13선거이후 박태영 당선자는 심본부장에게 정무부지사 불가를 통보, 정책연합은 무산됐고 이른바 흑색유인물 진상조사문제도 여전한 앙금으로 남게 된 것.

김의원은 이와관련, "선거과정에서 나에 대한 악랄한 흑색유인물이 대의원들에게, 그것도 경선직전 발송돼 난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다'면서"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최소한 선거때까지 아무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2번이나 감옥에 가면서까지 추구했던 것은 인권, 정의로운 세상이었다"며"우리의 선거에서 금권,흑색 유언비어가 판치는 풍토를 바로잡고 정의의 기초를 끝까지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김의원측은 최근 심기섭본부장명의로 '1백50억치부설' '노후보 낙선지시' 등 두가지 문건에 대해 선거법,명예훼손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
당분간 화해 어려울 듯


박후보측은 이와관련, "흑색유인물 등은 우리측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이미 오해를 풀었다"며"박지사는 '정무부지사나 정책연합은 명확히 합의한 바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지난 5.4 경선당일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던 두 사람은 6.13 선거이후에는 전화 한 통화 오가지 않는 냉랭한 관계로 돌변했다.

"당선된 뒤 전화한통 없다니..." "축하전화 먼저 하면 안되나...".
승자와 패자간에 주고받는 말들속에 신뢰는 사라졌다. '당분간'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은 확실해진 것 같다.
그러나 전남도지사와 4선출신의 관록의 정치인이 '신의와 믿음'의 문제로 논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지역발전과 자라나는 후세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두 중견 정치인이 지역발전에 협력해 나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사태의 진상은 하루라도 빨리 규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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