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과연 영혼 없는 투표는 하지 않았는지"묻고 싶다
지방선거,"과연 영혼 없는 투표는 하지 않았는지"묻고 싶다
  •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22.09.19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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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광 객원논설위원<br>​​​​​​​(법학,공학박사)
주종광 객원논설위원
(법학,공학박사)

영화 ‘한산’을 보면 이순신 장군이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등장한 어머니와의 대화에서 “제가 어머니 음식을 축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자, 장군의 어머니는 “저기를 봐라. 자고 나면 저리도 쌓여있다”라고 답했다.
한국인들의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순신 제독이 연전연승을 거두자 움추려 있던 조선의 백성들과 관군들은 사기가 다시 올랐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은 고스란히 장군에 대한 정성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장군이 가는 곳마다 ‘이순신 장군, 천세(千歲)’를 외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수도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피신한 선조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민심은 냉담했을 것이다.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다수의견은 전쟁에 대한 안이한 대비를 주문했을 것이고, 소수의견은 전쟁이 날 것이니 철저히 대비하자고 했을게다.
그러다 보니 절충안으로 유능한 장수를 발탁해서 남쪽바다로 내려 보내 전쟁에 대비하는 정도로 그치자는 것이었을 게다. 그나마 그 정도 되는 상황이다 보니 이순신 제독을 정읍현감에서 전라좌수사로 파격적인 발탁을 하게 된다. 이 또한 천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몇 년 전 장마철에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수재민을 발생하게 했던 것이나, 최근 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 등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것을 보면, 풍수해 재난도 우리의 예측범위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점차 위력이 커지고 있다. 확실히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재난과 전쟁은 대비가 중요하다. 그러니 이에 상응하는 인재발탁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지방선거를 보면, 일부 군(郡) 단위 지역의 경우 유권자들 마다 자신의 이해에 따른 인간관계 네트워크가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선거판에서 다수의 후보들이 겨루는 모양새였다.
그러다 보니 굳이 능력 있는 후보일 필요 없이 관계 맺기를 잘하는 후보가 공천 받거나 당선될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과연 지역인재를 다수결로서 제대로 선출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이 땅의 주인인 민주(民主)가 영혼 없는 투표행위를 했다면, 그 결과로 발탁된 사람은 관계 맺기의 달인이 선출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 지역은 당연히 소위 라인을 타는 ‘줄서기’가 만연된 정치행태를 보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유권자 스스로 자초한 투표행태 때문에 지역발전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선거 결과를 감내하고 살아가야 될 게 분명하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보이는 다양한 행정행태를 보고서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앞선 경우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을 잘 활용해 능력 있는 인재 선출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당색이나 특정인과의 관계 맺기로 점철된 선거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역 발전이 상대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 있을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가 선출되지 않는 지역을 관찰해 보면 어쩌면 관계 맺기 선거의 폐해가 심각한 지역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런 정치지형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선출직으로 출마하지도 않겠지만, 설사 출마한다고 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니 당연히 그 지역에서의 출마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어느 집단이나 지역사회, 국가이든지 간에 인재를 귀하게 여겨야 발전할 수 있다. 어차피 마른수건은 열심히 짜봐야 물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평소 지식으로 뇌를 자극하지 않고 오로지 관계 맺기를 잘하기 위해서 알코올 등으로 뇌를 자극했던 사람에게서 빛나는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물론 관계 맺기에는 그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일부 지역의 선거판을 보고 있노라면 ‘다수결 게임’을 하는 ‘관계 맺기 달인 선발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풍문은 있는데 실체가 없는 지방정치판, 선거에서 각종 풍문이 도는데 이를 바로잡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다보니, 당연히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정치풍토가 만들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몇 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국의 지역사회에, “과연 다수결이 옳은 것인가?”라고 되묻고 싶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의 최대 난제라고 할 수 있는 “과연 다수결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이제 이 땅의 주인인 민주(民主)가 대답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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