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86) - 嘲內(조내)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286) - 嘲內(조내)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2.08.16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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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머리 빗고 한 달은 잠이라도 잤으면 : 嘲內 / 동아 이제영

아내를 골려준다고 한다. 농弄을 잘하고는 남편의 짓궂은 장난기다. 기실 아내를 골려준다고 하지만 시집 와서 무서운 시부모님을 섬기랴 크고 작은 집안 일 살피랴 눈코 뜰 새 없는 아내를 보면서 안쓰러워 위로를 겸해서 던지는 말이나 시심의 발로다. ‘여보! 당신 속마음 내가 잘 알지’ 한 마디를 생각할 수 있으리라. 다정해라 석 달 내리 기나긴 비 내리게 되면, 한 달은 머리 빗고 한 달은 곱게 잠이라도 잤으면 좋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嘲內(조내) / 동아 이제영

꿈속에서 자꾸만 다원골로 찾아가니

인간들의 낙원은 어버이의 곁일진대

석 달간 비가 내리면 머리 빗고 잘래요.

夢裏重行茶院天 人間樂園是親邊

몽리중행다원천 인간낙원시친변

多情三月長長雨 一月梳頭一月眠

다정삼월장장우 일월소두일월면

한 달은 머리 빗고 한 달은 잠이라도 잤으면(嘲內)으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동아(東阿) 이제영(李濟永:1799∼1871)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꿈 속에서 자꾸만 다원 골을 향해 찾아가고 있으니 / 인간의 진정한 낙원은 어버이의 곁일레라 // 다정해라 석 달 내리 기나긴 비 내리게 되면 / 한 달은 머리 빗고 한 달은 곱게 잠이라도 잤으면]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아내를 골려주다]로 번역된다. 아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보고 짐짓 장난삼아 농조로 말을 건넨 경우가 더러 있다. 친정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고, 어디 나들이라도 나가자고 보채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럴 때 말을 낚아채기라도 하는 것처럼 종조弄調로 던지는 이야기가 있다. ‘마음대로 해 보시구려’ 하는 식의 말이다. 시인은 이런 식으로 아내를 골렸던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아내가 친정 가는 꿈을 꾸었던 것을 들었던 같다. 꿈속에서 자꾸 다원 골로 찾아가고 있으니 인간의 낙원은 어버이 곁일 것이라고 대꾸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다원茶院은 아내의 친정이 있는 곳으로 늘 가고 싶어 하는 곳을 뜻하겠으니 이를 대상으로 농조로 골렸을 것으로 보이는 구절이기도 하다. 화자는 친정인 고향에 가고 싶어 하는 아내가 은근히 칭찬하는 모양을 갖추면서 ‘다정해라’하는 말을 하게 된다. [다정해라 석 달 내리 기나긴 비 내리게 된다면, 한 달은 머리 빗고 한 달은 잠잘래요]라고 해댔다. 이 말은 시인이 농조로 아내에게 하는 말이겠다는 설과 아내가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다는 설이 있으리.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다윗골을 찾아가고 인간 낙원 어비일레, 석 달 내리 비 내리면 머리 빗고 잠잤으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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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작가는 동아(東阿) 이제영(李濟永:1799∼1871)으로 조선 후기 유학자다. 3살 때 필묵을 가지고 놀았고, 9살 때는 [사략]을 읽었으며, 10살 때는 [통감]을 읽었다. 15세 때는 [사기]를 읽었다. 그의 학문됨을 고을 사또와 관찰사가 천거했지만 벼슬에 나가지 않고 학문과 독서에만 열중했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夢裏: 꿈 속. 重行: 자꾸 가다. 거듭 행하다. 茶院: 아내의 친정이 있는 곳. 곧 친정집. 지명. 天: 하늘. 人間: 인간. 樂園: 낙원. 是: ~이다. 혹은 바로. 親邊: 부모님 곁. // 多情: 다정. 三月: 삼월. 長長雨: 기나긴 비. 一月: 일월. 梳頭:머리를 빗다. 一月眠: 한 달은 잠자다. 한 달간은 잠을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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