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 '사고 공화국' 오명 남겼다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 '사고 공화국' 오명 남겼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2.01.2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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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학동 참사 이어 7개월 만에 또 발생
정몽규 회장 사퇴 발표에 외려 시민 분노 ‘폭발’
이용섭 광주시장 재발방지 약속 '공염불'
​​​​​​​터졌다 하면 또 고개 숙이는 '악순환' 되풀이 안돼

;시민의소리=박병모 대기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광주시민을 주검으로 몰아 넣었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세월호 참사 당시의 '노란리본'이 등장해 실종된 5명의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다. 

그것도 같은 회사가 똑같은 붕괴 사고를 냈다. 광주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구겨질 대로 구겨졌고, 사고 공화국이란 오명을 남겼다. 그 중심에 현대산업개발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광주시 동구 학동 참사가 일어났고, 그때 건물이 무너지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당시 무고한 시민 9명은 날벼락을 맞는 바람에 어이없게도 하늘나라로 갔다.

그런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11일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에 신축중이던 현대아이파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6명이 실종됐고, 사고 발생 10여일이 지나 1명이 구조됐지만 안타깝게도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실종자 5명은 차가운 시멘트에 매몰돼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마치 세월호 참사 때처럼 “부디 살아만 있어 달라”는 가족들의 애타는 울부짖음만이 붕괴현장을 맴돌고 있다. 세월호 사고 때 국민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던 노란 리본이 등장하면서 광주시민 아닌 전국민을 자괴감 속에 울먹이게 하고 있다.

건물 외벽이 종이조각 찢어지듯 무너져 내린 광주 서구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그래 정부가, 아니 광주시가, 아니 관할 서구청이 해줄 수 있는 게 뭣이더냐?고 따져 묻고싶다. 하지만 들려오는 건 하나도 없고 야속하게도 메아리 뿐이다.
세월호 때 ‘이게 국가냐“고 울부짖던 한마디, 이제는 이게 현대산업개발이냐, 이게 광주냐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광주시민들의 무고한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앗아간 그 원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후진국형 인재에 다름아니라는 점에서다.
돈벌이에 급급한 부실시공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사고 이후 며칠 째 침묵으로 일관하다 급기야 39층 짜리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사과에 나섰다. 그러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인근 상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붕괴사고 현장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정몽규는 정말 나쁜 사람”이라며 “두 번이나 광주시민을 희생시킨 회장이면, 최소한 사고는 다 정리하고 회사를 떠나든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격양된 반응이었다.

불과 7개월 전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건물 붕괴사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정 회장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생쇼’를 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시각이다.
이런 정 회장의 무책임한 사퇴를 지켜보면서 광주 민심은 내내 들끓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동안 실종자의 생환 소식만을 기다리며 분노를 삭여왔던 광주시민의 인내심이 정 회장의 ‘후안무치’한 사과 앞에 폭발한 셈이다.
TV를 통해 고개 몇 번 숙이는 건 만으론 사죄가 아니고 국민을 상대로 한 ‘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용섭 광주시장도 정몽규 회장의 사과 행태를 비난했다. "사고 현장이 아닌 서울 본사에서 사퇴 발표를 한 것은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라고 말이다.
이어 피해자 가족 협의회와 광주 시민사회, 그리고 여야 정치권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성명을 통해 정몽규 회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책임은 철거도, 신축도 붕괴로 이어지게 한 현대산업개발에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책임은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는 물론 광주시와 관할 구청, 그리고 수사당국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우선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해 6월 학동 철거 사고 때 시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를 했고, 더 나아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절대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학동 참사 관할 임택 동구청장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 시민들을 향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그러한 약속과 대책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했고,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행정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속살처럼 드러내고 말았다.
시민들을 분노케 한 것은 사고 원인이 공사비를 아끼려고 공사기간을 단축한 불법성과 부실 건축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아파트 외벽이 종이 조각 찢어지듯 와르르 무너진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겨울철 건설 현장에서 타설한 콘크리트가 굳어지게 하는, 소위 ‘양생기간’을 지키려면 적어도 10~14일이 필요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1개 층을 겨우 6~7일 만에 시공하다 보니까 이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건 뻔하다.
더욱이 추운 겨울철에 열풍기나 난로를 가동하지 않고, 올해 말로 예정된 입주시기에 맞추려고 빨리빨리 하려다 보니 붕괴로 이어진, 그야말로 '후진국형 인재'일 수밖에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해 학동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하도급 고리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대목이다.

현대산업개발과 골조 및 콘크리트 타설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펌프카 장비를 대여해주는 업체와 재임대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 ‘판박이’가 됐다.
표면적으로는 재하도급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건설 현장에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 있는 불법 하도급 형태의 ‘대리 시공’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대리 시공 와중에 부실공사로 인한 참사로 이어졌기에 시민들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기만 하다.

특히 정부와 노동당국, 그리고 행정당국인 광주시와 서구청 등의 겉핥기식 생색내기 점검도 도마에 올랐다.
서구청은 공사현장 주민들의 민원제기에도 아랑곳 없이 현장 점검을 했는데도 “이상없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관계당국이 아파트 공사현장에 수차례 점검에 나섰다지만 안전 위반을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던 것도 대표적 사례다.

광주시도 그렇고, 광주지방고용노동청도 그렇고, 익산국토관리청도 그렇고, 관할 서구청도 그랬다는 얘기다.
대충 대충, 겉핥기식으로 일관하다가 사고가 나면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나서고, 광주시장이 나서고 관할 구청장이 나선다.
그리고는 미안하다, 부끄럽다, 재방방지를 하겠다고 큰절을 하고 끝내는 주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 뒤에 다시 사고가 터지면 “참 나쁜 기업이다”라고 하면서 퍼포먼스를 또 해댄다.

수사당국도 과연 붕괴 사고인 원인이 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간. 그리고 공무원과의 뇌물연결고리나 유착관계를 캐내지 못한다면 몸통은 살려두고 깃털만 뽑는 수사 관행이 아닐 수 없다.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안전을 위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악순환이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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