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스토리
탈북 스토리
  • 문틈 시인
  • 승인 2021.05.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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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주 눈물을 훔친다. 험한 탈북 여정에서 겪는 아슬아슬한 도피생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압송되어 당하는 험한 감옥살이, 그리고 또다시 탈출에 나서는 그 험난한 스토리가 얼마나 마음을 조이게 하는지 모른다.

절로 응원과 위로의 마음이 북받친다. ‘탈탈탈’이라는 유튜브 영상은 탈북민을 불러 북한에서의 팍팍한 삶, 여러 나라를 에돌아 한국에 오기까지, 한국에 와서 정착 생활에서 겪는 간난신고의 체험담을 시리즈로 보여준다.

나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시밭길에 동참하는 마음이 되어 몇 번이고 손에 땀을 쥐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 마치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 사람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느낌이다. 그들이 한국에 도착할 때 나도 막 이 땅에 발을 내디딘 양 안도와 격정의 한숨을 쉰다.

그들은 왜 자기 고향땅을 등지고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길을 나서는가. 부모형제, 친구들, 눈에 익은 정다운 땅을 뒤로하고 얼어붙은 강을 건너 철조망을 넘어 오는가. 그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다름만큼이나 숨죽여 듣는 나를 숙연하게 한다.

탈출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알을 깨뜨리고 나온 어린 바다거북은 푸른 바다를 향하여 죽어라 모래사장을 기어간다. 그러나 공중에는 새끼거북을 노리는 기러기가 날고 모래사장에는 굴삭기 같은 발을 쳐든 게들이 무섭게 진을 치고 있다. 수백 마리 가운데 바다에 도착한 새끼거북은 10분의 1이 될까 말까다.

이 땅에 도착한 탈북민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탈출에 실패한다고 한다. 마침내 목숨을 건 대탈출은 한국에 도착한 정착 생활에서 다른 형태로 다시 계속된다. 부푼 희망을 안고 동족의 땅으로 왔지만 이 땅에서 삶은 가파른 절벽 바위에 뿌리내리는 나무 씨앗처럼 힘들고 고단하다.

비바람 들이치고 뼈를 때리는 고독감에 몸을 떤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녹록치 않다. 그래도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삭풍이 부는 사막 같은 땅에 목숨을 걸고 뿌리를 박으려 안간힘을 다한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절박하고 필사적인 삶의 드라마가 한 개인의 탈출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대체 삶이란 무엇이기에 저렇게 처절하게 극단의 모습을 하고 펼치지 않으면 안되는지 묻게 한다. 위기를 대비해 죽을 결심으로 쥐약봉지와 면도칼을 준비하고 탈출한다니 나는 결코 그 사람들의 목숨을 건 지극한 그 무엇을 알지 못할 것 같다.

편한 안락의자에 앉아서 미세먼지, 코로나, 부동산 파동에 불만을 토하며 정치가 어떻느니 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본다. 그리고는 삶에 대해서 몇 번이고 진지하게 다잡아보곤 한다. 저 곳에서 이 곳으로 온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들. 나는 그런 무한 긍정 마인드에 반성한다.

목숨을 걸고 무슨 일을 해보지 않은 탓이다. 탈북 스토리를 보니 삶이란 목숨을 걸고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나는 필사의 탈북 스토리를 들으며 그 사실을 깨우쳤다. 잘 살고 못 살고가 아니다. 이것이 아니면 죽고 말겠다는 지극한 각오, 필사적인 생의 도전 의식이 그들의 삶을 구원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철은 무엇으로 단련되었는가’라는 소설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혁명전사로 노동자로 성장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물이 천 길 벼랑을 만나야 강한 힘을 뿜는 폭포가 되듯 인생도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나서야 강철 같은 강한 사람이 되는가 보다.

탈북자들은 한국 사람들의 동정이나 위로를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온 것이다. 마치 옛날 미국의 서부로 달려간 사람들처럼 그들은 한국에 와서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고자 온 것이다.

바다에 도착한 새끼거북들은 큰 물고기들에 먹히고 어른으로 살아남은 건 겨우 2퍼센트뿐이라고 한다. 어지간한 운과 지혜와 도전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것이 인생이다.

그런 점에서 이 땅을 마치 마지막 도전의 땅으로 여기고 오늘도 악착같이 삶을 사는 그들에게 나는 눈물어린 박수를 보낸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앞으로 걸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격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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