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날들
좋았던 날들
  • 문틈 시인
  • 승인 2020.06.0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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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몇 달간 갇혀 지내다시피 했다.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던 날들이 얼마나 좋았던 날인가를 새삼 반추한다. 자유롭게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사먹던 일들이 그립다.

모임에 나가 떠들썩한 잡담을 나누고, 버스, 전철, 기차를 타고 외출을 하던 바로 몇 달 전의 날들이 먼 옛날의 일인 듯 까마득하다. ‘다시 그런 날들이 돌아올까’라는 생각을 하면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지금은 버스나 전철을 타기가 겁난다. 성당에도 가지 못한다.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온 세상이 ‘동작 그만’ 상태에 빠지고 보니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지내던 날들이 무척 그리워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전문가들은 우리의 생활방식이 다시는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의 시절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불길한 예견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지인들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카페에 들어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대단한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른다. 남녀가 손잡고 데이트를 하는 사랑스런 모습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이전의 ‘옛날 풍경’이 될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쓰고 타인과 2미터 이상 떨어져서 움직여야 하는 행동양식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 말한다. 다시 코로나 유행이 일어나고 있어서 그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생활방역으로 바꾸자마자 서울과 수도권은 코로나가 폭발하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코로나는 여기저기서 산불처럼 일어난다. 한 사람의 확진자가 일파만파로 수십 명, 수백 명의 감염자를 만든다. 이태원 클럽이 그랬고, 돌잔치가, 쿠팡 물류창고, 개척교회가 그랬다.

코로나는 방역 당국이 전파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가을, 겨울이 오면 정말 큰일이 될 거라고들 한다. 코로나 증세는 감기, 독감 증세와 구분하기 어렵다. 추운 날씨에 전국에서 몇 십만 명이 기침, 발열 증세를 보일 때 어떻게 할까.

코로나와 혼동이 되어 이들 전부를 감당할 수가 없는 의료붕괴 사태가 올 수 있다는 말이다. 전문가는 말한다. “방역 당국이나 시민 입장에선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보이면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는 건데 전체 인구의 10%만 감기에 걸려도 검사 대상이 500만명”이라며 “이를 감당할 물자나 의료인력이 지금으로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젊은이들이야 코로나로 죽는 일이 거의 없다지만 전파력이 왕성해서 결국 나이든 사람들에 옮겨 치명률을 높인다. 단순하게 말하면 코로나는 시니어층을 타겟으로 유행한다.

더 우울한 것은 ‘앞으로 3년 안에 백신이 나올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이다. 고작 서너 달만에 온 사회가 죽을 판이 되어가는 데 3년이라면 그 긴 날들을 어떻게 견뎌낼 수가 있을까.

이상한 것은, 그럴리야 없겠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대체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인다. 여기 들렀다가 저기 들렀다가 안 쏘다니는 데가 없이 동선이 복잡하다.

당사자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 것이겠지만 바이러스가 뇌 쪽으로도 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당사자도 모르게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선충에 감염된 개미가 새벽에 풀잎 끝에 올라가 양의 먹이가 되는 것처럼.

코로나의 전파 범위와 속도는 겁이 날 정도다. 여름에는 확진자보다 더 무서운 전파자가 등장할 참이다. 바로 에어컨이다. 에어컨은 주로 닫힌 공간에 비치되어서 공간 안의 공기를 빨아들여 냉매로 식혀서 찬 공기를 쏟아놓는다.

이때 바이러스를 공간 전체에 전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방역당국은 권한다. “교실에서 에어컨을 틀 때 문을 열어 환기상태로 하라.’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며 만남을 중시해왔는데 갑자기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온 후로는 운이 없으면 옷깃만 스쳐도 재앙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병원. 마트, 교회도 가야 하는 아내에게 말한다. “손을 칼칼이 잘 씻어요.”, “병원 갈 때 쓴 마스크는 곧 버려요”, “택배 상자는 소독을 하고 들여 놓아요” 등등. 그럴 때마다 아내는 잔소리하는 내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삽시다”하고 대범하게 넘긴다.

나는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고, 무엇보다 기저병이 있다. 삶은 옛날로 돌아갈 수도 없고, 다가오는 미래는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나는 지금 집안에 갇혀서 코로나 이전의 지난 날들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다. 그 평범했던 일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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