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격리자의 외출
자가 격리자의 외출
  • 문틈 시인
  • 승인 2020.02.2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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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조금만 몸 컨디션이 안 좋다싶으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따금 잔 기침, 두통 같은 증세가 생기기라도 하면 절로 긴장감을 느낀다. 살아생전에 매일 이렇게 정체도 모르는 유령 같은 돌림병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지내게 되다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다.

내 스스로 2주간 자발적인 자가격리 기간으로 정하고 지낸 지 엿새만에 평소 복용하던 약이 떨어지고 소화장애도 심해져 어쩔 수 없이 동네 병원에 가기로 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격리상태로 지낼 작정이었지만 더는 참고 지낼 수가 없어서다.

병원에 가려니 꺼림칙하고 안 가자니 약은 필요하고. 난감한 지경이라 선택지는 그것뿐이니 다른 방도가 없다. 병원은 마스크를 쓴 내원자들로 북적거렸다. 대기실에 사람들이 꽉 차 있어 들어가기가 사뭇 긴장되었다.

한참을 기다려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청색 마스크를 하고 있는데 코는 밖으로 내놓은 채다.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쓰는 법도 있나. 나는 미리 준비해간 몸 상태를 기록한 메모지를 내밀고 말수는 최대한 억제하려 했다.

그래도 의사가 이것저것 물어서 짧게 대답해야 했다. 의사는 열을 재고, 혈압을 잰다. 그리고 드러누우라 하고는 복부를 촉진한다. 가타부타 말이 없다. 나가서 기다리란다.

진료비를 내기 위해 카드를 내미는 것조차 신경이 쓰인다. 간호원들도 전혀 신종 코로나를 의식하지 않는 눈치다. 나만 과도한 불안감으로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같아 민망했다. 사실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 보면 병원이 감염원인 경우가 많았다. 병원은 별의별 환자들이 다 모이는 곳 아닌가.

나는 병원 안에 있을 때 손에 아무것도 접촉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 병원 안 공기는 탁했다. 누가 기침이라도 할까봐 내내 마음을 졸였다. 병원 안에 미증상자(감염자)가 한 사람이라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미증상자는 본인도 느끼지 못한다 하는 역병이니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는 묘한 비감이 들었다. 누가 누구를 가려 피하고 말고 할 수가 없는 처지다. 그저 어느 병원에 가든 자신의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대유행중인 역병 접촉자 안 만나기를 운에 맡기다니!

병원 문을 열고 나올 때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유리문을 어깨로 밀었다. 나는 30분이 지나서야 병원을 ‘탈출’했다. 이번에는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도 사람들이 많다. 약사가 처방전을 보더니 일부 약이 없다며 주문해 놓겠으니 오후에 오라고 한다.

여기 약사들도 전혀 코로나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약국에 공용으로 사용할 손소독제라도 준비해두었으면 좋으련만 맨손으로 신용카드를 주고받는다. 아, 나는 지금 신경과민 상태에 빠졌나보다. 이러다 불안불안으로 없는 병까지 생길 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관련 뉴스를 보면 고혈압, 천식, 당뇨 같은 기저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그러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독감 수준이라느니, 치사율이 낮다니 하는 것은 기저병이 있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소리다. 나같은 사람은 무조건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운이든 무엇이든 간에.

무증상자가 누군 줄 모르는데 어찌 알고 피하느냐고? 물론 모른다. 그러므로 방어운전하듯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 안경, 휴지 등 완전무장을 하고, 일체의 모임에 나가지 않고, 거리에선 사람과 떨어져서 걷고, 식당도 가지 않고, 마트에 가서도 카트를 쓰지 말고, 집에 와선 손을 먼저 잘 씻어야 한다.

이것 말고도 엘리베이터 단추 누르기, 현관문 열기까지 손이 닿는 것에 세세히 신경 써야 할 일들이 헝클어진 실타래 같다. 손이 닿는 모든 것들에는 일단 균이 있다고 보고 생활해야 한다. 병원의 집도의사처럼 손을 항상 멸균 상태에 가깝게 하고 지내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수칙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과연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시내버스도 타야 하고, 식당에도 가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학생들은?

지인 한 사람이 사태가 어떻게 악화될 줄 몰라서 자기는 생필품들을 두 달 치 사놓았다고 한다. 나보다 더한 사람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사회가 올 스톱하고 말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부 당국도 매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는 특단의 대 책을 내놓을 방안이 없어 보인다. 한 날 한 시를 정해 전 국민이 2주간 외출금지하고 자가격리한다면 모를까. 후유~, 병원에 한번 다녀오는 것이 흡사 총탄이 피웅, 피웅, 날아다니는 전장터에 나갔다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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