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보수대연합'과 '황분(黃糞) 분할'
'광주보수대연합'과 '황분(黃糞) 분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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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3당합당을 보는 것 같다". 민주당광주시장후보가 박광태의원으로 교체되던 날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렇게 갈파했다. 동교동 구파정치인이 광주시장후보를 꿰차고, 후보에서 탈락된이정일씨와 고재유시장은 뒷거래를 통해 각각 자리를 약속했다는 이른바 '밀약설'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었다.

실제, 예상치 못했던 박광태의원의 등장과 뒤따른 '나눠먹기설'은 민주당내 보수세력들의 마지막 권력사수음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시민은 인터넷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동교동 구파였던 박의원이 광주시장후보로 나서면서 재빠르게 노무현대선후보께 충성맹세했을줄 알았지만, 식민지(텃밭)로 생각하는 광주를 재접수하고자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며 이번 후보교체의 배경에 숨겨진 정치적 맥락을 나름대로 짚어 냈다.

이같은 분석은 '밀약설'이 흘러나오면서 더욱 실감나는 정치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초 이정일씨와 고재유광주시장은 공천취소와 후보배제에 대해 각각 강력 반발했다. 이씨의 지지자들은 광주시지부에서 농성에 들어갔고, 일부는 중앙당에 항의방문단을 올려 보냈다. 법적으로도 설득력 있는 논거를 갖추고 대응해 들어갈 참이었다.

'광주 보수대연합'과 밀실속 '황분(黃糞) 분할'
민주당 붕괴직면 권력사수위한 '나눠먹기'식 고단위처방
박광태, 오주, 고재유, 이정일 등 상호 '이탈' 차단 묵계
시민경선 완전 들러리 '6인 야합'으로 광주 자긍심 농단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지난달 28일 저녁께부터 갑자기 정반대로 돌변했다. 이후보는 모든 '후보사수투쟁을 중단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후보 역시 무소속출마 봉쇄등에 따른 법적대응 등 여러 방안을 모색했으나 애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수천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시민경선제를 완전히 부정하고 6명의 국회의원들이 밀실에서 공천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고시장은 다음날인 29일 광주지역국회의원들의 합동기자회견장에도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사실상 '정치적 폭거'나 다름없는 엄청난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순간 잠잠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불거진 '밀약설'은 왜 이같은 일이 가능한지에 대한 일정한 해답을 제공하고 있다. '밀약설'의 내용은 이후보와 고시장이 후보교체에 승복하는 대신 각각 정무부시장과 광주 북갑보궐선거 공천권을 준다는 것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퍼지고 있다. 당시 분위기상 지역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어떤식으로든 이후보의 '입'을 막아야하는 실정이었다. 고시장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도 그들에게는 향후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2년후 총선에서 껄끄러운 상대일 수 있는 고시장과 맞닥뜨리는 것을 피해야하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이후보의 지역국회의원들에 대한 금품살포설'로 초긴장상태였으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후보 역시 나중에 토로했듯이 '거대한 당의 힘'에 맞서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어렵지 않게 했을 것이고,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무부시장직은 더없이 좋은 자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고시장은 재선의 꿈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국회의원 배지가 눈에 크게 들어왔을 것이다. 따라서 서로 주판알을 튕긴 이들이 서로 합일점을 찾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실제, 후보교체가 이뤄지던 지난달 28일 오후 3시께부터의 상황을 전해들으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언에 따르면 당시 박광태후보 결정은 4사람의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정동채지부장은 의견충돌로 참석하지 않았고, 자신이 후보로 나서겠다며 자원했던 김태홍의원 역시 자리를 비웠다. 나머지 4명의 의원들은 이후보와 고시장을 각각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박의원에 대한 후보공천결정은 이같은 논의 직후 이뤄졌다. 정가에서는 이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느냐고 관측하고 있다. 고시장은 30일 전화통화에서 이를 묻는 질문에 공식적인 약속은 없었다"고만 말해 북갑공천 얘기가 서로간에 오고 간것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같은 밀약설이 사실이다면 민주당은 붕괴직전의 위기국면을 절묘한 '황금분할'로 빠져나간 셈이다. 탈당과 함께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를 이후보와 고시장을 붙잡아 놓는데 성공했고, 백의종군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 등 개혁세력의 포위에 맞서 민주당 구정치세력의 전열을 가다듬었다는 점에서 이번 후보교체는 '광주의 보수대연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박광태후보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오주 광주시의회의장을 북구청장후보로 공천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민주당의 이같은 행태를 전형적인 '권력 나눠먹기'라며 분노하고 있다. '황금분할'이 아니라 구린내 나는 '황분(黃糞)분할'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구정치세력의 보수대연합에 맞서 광주의 개혁세력이 어떤 전선을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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