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의 설움
민달팽이의 설움
  • 문틈 시인
  • 승인 2019.12.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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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태어날 때 집을 가지고 태어난다.

사람처럼 집 마련 때문에 평생 고생을 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된다. 바다 생물 중 어떤 것들은 빈 소라껍질이나 고동껍질을 집으로 삼는다. 심지어는 다른 물고기의 입 속에 집을 마련하는 기이한 생물도 있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집 마련에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른바 집 문제로 평생 애닳아 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유일한 것 같다. 하기는 인간도 저 옛날 크레마뇽인 시대에는 동굴을 집으로 삼고 그 속에서 가족들이 단란한 행복을 누렸다. 동굴벽에 그림까지 그리면서.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가족이 발 뻗고 잠자는 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신분을 과시하고 재산 가치를 증식하는 또 다른 기능을 한다. 그렇다보니 밀집 공간인 대도시의 아파트가 일파만파의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집을 매입하는 것이 곧 돈을 버는 일이 되었다. 집은 부동산이지만 사들인 순간 동산이 되는 셈이다. 동료 직원이 은행 융자금 얻어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3년 만에 8억이 올랐다더라, 하는 이런 듣도 보지도 못한 괴이한 성공담이 멀쩡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아파트를 사 가지고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일상적이 되었다. 아파트를 30대가 가장 많이 구입했다는 통계가 시사한다. 게다가 서울 강남에서 구입하는 아파트의 네 채 중 하나는 지역 사람들이 산 것이라고 한다. 투자목적으로서 말이다.

아파트도 일종의 재화이므로 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추가 유통과정을 거쳐 산지에서 한 포기에 3백원에 팔린 것이 마트에서 2천원에 팔린다.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아파트가 당첨됐는데 그 자리에서 1억원이 올랐다면, 몇 년이 지났는데 이번엔 두 배가 올랐다면, 이 재테크 행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사람이 1년 만에 집을 팔았는데 8억원이 불어났다. 아파트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그렇게 만들어낸 부의 정당성에 의문이 간다. 설령 그 이익 난 돈을 어디에 기부를 했더라도 말이다.

아파트는 배추포기가 아니다. 지금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아파트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자고 나면 1억이 오르는 아파트도 있다. 단기간에 수 억원이 오르다니 악 소리가 날 판이다. 올 한해 집값이 40퍼센트 올랐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오른 경우도 쌔고 쌨다.

서울 아파트는 정부가 아무리 도끼눈을 뜨고 쎈 정책을 내놔도 아파트는 건드릴수록 더 값이 오른다. 사실상 정부는 아파트값의 폭등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아파트값이 치솟게 되면 결국 가난한 사람의 돈이 부자의 주머니로 이전되는 효과를 낸다.

10년 걸려 집을 살 수 있는데 집값이 올라 20년 걸려 집을 사게 된다면 없는 사람은 더욱 없이 살게 되고 있는 사람은 더욱 잘 살게 됨을 뜻한다. 지금 이 나라 최대의 문제는 남북문제가 아니라 아파트 문제다.

아파트를 어찌 할 것인가. 싱가포르는 집 문제만큼은 확실히 정비한 나라다. 공공주택을 정부가 분양하고 개인은 팔 때는 정부에 팔고 정부는 다시 다른 수요자에게 판다. 집값이 폭등하고 어쩌고 할 여지가 없다.

공공주택은 평수도 크고 잘 지어져 있어 굳이 민간 아파트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돈이 아주 많으면 비싼 민간 아파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 토지의 공개념화를 통한 주택 문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85퍼센트가 공공 분양 주택에 살고 있다. 정부 주도로 아파트를 많이 지어 공급하는 해법 말고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부동산 거래의 폭등을 막고 거래내역, 자금출처를 투명히 하기 위해 가칭 부동산청을 설치하여 모든 부동산을 정부에 팔고 정부에서 사게끔 한다면 싱가포르와 유사한 제도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파트를 가지고 하룻밤에 부자되는 나라는 우리가 한 번도 가보고 싶지 않은 나라다. 불로소득으로 부자되는 것을 구경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살맛이 안나는 장면이다. 대만에서는 집없는 사람을 ‘민달팽이’라고 부른다.

대만도 역시 우리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주택문제가 이슈다. 불로소득의 아파트 투기에 ‘인생역전’을 기대하는 현실이 심히 못마땅하다. 정부에 묻고 싶다. 아파트가 폭등하니 세금 더 걷게 되어 좋은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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