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동(沙火同)과 의병(義兵), 그리고 일본
사화동(沙火同)과 의병(義兵), 그리고 일본
  • 주종광 법학박사/공학박사
  • 승인 2019.08.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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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광 법학박사/공학박사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5년 전인 1587년 음력 2월에 전라좌수영 녹도진(지금의 고흥군 도양읍 일원) 관할해역인 손죽도(지금의 전남 여수시 삼산면 손죽도) 해상에 왜군이 침입했다. 이를 선조실록은 정해왜변(丁亥倭變)이라 기록하고 있다. 정해왜변 당시 왜군의 길잡이가 되었던 조선사람 사화동(沙火同)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해왜변은 조선수군의 임전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찔러보는 성격의 왜변(倭變)이었다고 본다. 이후 왜군은 5년 후인 1592년 부산에 상륙한다. 병법에서 말하는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정해왜변이후 전라좌수영의 수군들은 항시 전투태세로 근무를 했을 것이고, 반면 경상좌수영과 우수영 수군들은 상대적으로 전투태세가 느슨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역사를 잊지 않는다. 전남 고흥군 녹동(옛 전라좌수영 녹도진) 지역에는 ‘쌍충사(雙忠祠)’라는 사당이 있다. 정해왜변 당시 전사한 이대원 장군과 후임 만호(萬戶)로서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정운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녹동 사람들은 이 두 충신을 추념하는 행사를 432년이 지난 지금까지 치르고 있다. 후손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도 11년째 기수단, 군악대, 의장대 등을 보내어 지역민들과 함께 추념행사인 ‘쌍충제전’을 치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3도 연합수군에게 연전연패를 당한 왜군은 호남을 차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진주성을 공격한다. 제1차 진주성싸움(진주대첩)에는 전남 화순에서 거병한 호남우의병(湖南右義兵)이 참전했다. 제2차 진주성싸움에는 전남 나주에서 거병한 호남좌의병(湖南左義兵)이 참전했다. 이때도 나라를 구한 주역은 의병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일본의 정치문화에 대하여 문외한(門外漢)인 군주(君主)의 나라 조선의 사대부들은 단순히 ‘사대(事大)의 대상’을 ‘중국황제’에서 ‘일본천황’으로 바꾸면 될 뿐이라고 하는 아주 순진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국제정세를 이유로 결국 이들 순진한 사대부들은 나라를 통째로 바친 꼴이 되었다. 구한말에도 매국노인 사화동은 있었고, 이들 역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때에도 의병이 일어났고, 나라를 찾기 위해서 독립군이 일어났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부 품목에 대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 이슈를 ‘경제전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만약에 이번 이슈를 역사적 맥락에서 정해왜변과 유사한 흐름으로 본다면, 일본이 진짜로 노리는 전장(戰場)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임진왜란이 그렇게 발발했고,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슈 역시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카드를 내민 것이지 그냥 하루아침에 즉흥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길잡이를 하는 소수의 사화동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수출규제조치를 ‘불의(不義)’라고 느끼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모두 의병이 된다는 사실이다.
일본이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WTO체제의 근간을 흔들면서 세계무역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당연히 한국은 일본 상품을 대신할 국가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산업기반 역시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게 거래선을 다변화하거나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많은 고초를 겪게 될 것임을 친히 알려주고 있다. 대기업도 이 기회에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을 적극 육성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교훈이다.
최근 한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불매운동도 점차 위세가 더 커지고 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는 일본에게 가지고 있는 반일감정은 자칫 역사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동아시아인 전체로 불매운동이 확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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