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대회 ‘흥’도, ‘열기’도, ‘시민호응’도 ‘썰렁’
광주세계수영대회 ‘흥’도, ‘열기’도, ‘시민호응’도 ‘썰렁’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7.18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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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명성답지 않은 대회운영·준비성·수영 인프라 미흡
대회 초반부터 ‘시민관심’ 저조…대통령 참석 개회식 메인 뉴스 밀려나
광주 시민·자영업자 외국인 손님 별로 없어 대회 경제 효과에 ‘의문’표시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세계 5대 메가 스포츠 대회라고 했다. 그런 만큼 개최국인 한국, 그리고 광주시는 홍보에 열을 올렸었다.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됐고 대회가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말이다.

이용섭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과 훌리오 마글리오네 국제수영연맹(FINA) 회장이 14일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세계수영대회는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과 훌리오 마글리오네 국제수영연맹(FINA) 회장이 14일 내외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세계수영대회는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말했다.(사진=광주시)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영 딴판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라고 하기 엔 흥도 없고, 열기도 없다. 시민호응도 별로 없다. 초반이라 예단하기엔 이르지만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썰렁 그 자체다.
모처럼의 국제행사에 지역 언론으로서 잘하거나 잘되고 있는 점만을 부각시키고 싶지만 비난여론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마디 해야겠다.

많은 예산과 시간, 행정력을 동원했는데도 수영대회 개회식이 개최된 순간부터 분위기가 심상찮다. 개회식이 열린 광주여대체육관 자체가 비좁기 그지없다. 대회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수영대회 조직위는 강변하고 있지만 시민호응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월드컵경기장에서 개회식을 열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수영대회라고 자화자찬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한 개회식을 대부분의 언론에서 메인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광주FINA수영대회조직위원회에서 중계권과 사진 촬영을 특정방송과 통신에 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 일색이다. 설득력 치고는 옹졸하기 그지없다.
세계수영대회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되고 그 사이트를 들어가려면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스포츠도 이제는 상업주의로 흘러가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한국대표로 출전한 선수의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에 새겨진 ‘태극기’와 ‘KOREA’글자가 덧대고 매직으로 쓰여진 모습(사진=광주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연합)
한국대표로 출전한 선수의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에 새겨진 ‘태극기’와 ‘KOREA’글자가 덧대고 매직으로 쓰여진 모습(사진=광주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연합)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대표로 출전한 선수가 ‘태극기’와 ‘KOREA’가 새겨진 유니폼과 트레이닝복을 입고 시상대에 올라서야 하는데 이를 덧대고 매직으로 쓰고 나왔으니 국제적 망신살을 당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 인프라가 약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기록이 나올 리 만무하다.
대한수영연맹과 유니폼 공급 업체 간 계약이 늦어졌고, 특히 대한수영연맹이 국제연맹 규정상 수영모에는 국가명만 기재할 수 있는 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태극기가 새겨진 수영모를 선수들에게 지급했기 때문이란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회식에 참석하던 문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한국도로공사 수납원들과 오월 일부단체의 항의 시위가 있었다, 해외에서 참가한 외국 선수들이 지나가는 시민을 잡고 물어본다. “왜 그러느냐”고. “스포츠 행사에선 그리 흔치 않아 흥미롭다”는 투다.

개회식을 전후한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은 수영대회 조직위와 광주시의 준비성 부족에 있다. 대회관계자에게 왜 이렇게 열기가 없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경영과 다이빙 등의 경기가 열리는 광주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만큼은 열기가 뜨겁다는 것이다. 이 곳 남부대 경기장은 장소 자체가 비좁은 점을 감안할 때 참가 선수들과 취재단, 그리고 학생들이 단체로 들어오면 꽉 차 보일지 모르지만 자발적 시민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남부대수영장 건물 내에서만 열기가 다소 있을 뿐 다른 경기장이나 광주시 전역을 둘러보면 수영대회가 정말 열리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참여토록 하고, 유도할 수 있는 확장성과 흡입력이 없어서다.

아티스틱 경기가 열리는 광주염주체육관에는 관중석 절반가량이 비어있을 정도다. 관할 구청의 도움이 없다면 훵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티스틱 경기장 바로 옆 광주염주실내수영장이나 동구 국민체육센타 그리고 동구문화센타의 경우 수영대회에 맞춰 보수를 한다면서 대회가 임박한 시점까지 문을 닫다보니 수영 동호인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관중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주에는 수영 대회 출전 팀이 광주 체육고 남녀 수영팀을 제외하곤 수영선수를 기르는 학교가 단 한곳도 없다. 대학 팀이나 실업팀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미래 수영 유망주를 키우고 길러내는 곳이 없는 광주에서 세계수영대회를 치르겠다고 나섰으니 대회를 유치한 그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고 아이러니 할 뿐이다.

광주시는 수영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문화·축제행사를 벌인다고 추경예산을 세워 이곳 저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종목별로 벌어지는 경기장을 연결하는 교통망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이야 조직위가 제공하는 차량으로 이동한다지만 그나마 듬섬 듬섬 보이는 외국인들로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학수고대했던 북한 선수단의 불참 결정에 따라 대회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선수 가운데 과거 박태환 같은 독보적인 스타가 없어 이번 광주수영대회는 그저 그렇고, 그런 대회로 전락한 셈이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됐지만 설상가상으로 전체적인 경제 불황과 맞물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 불안 심리도 찬물을 끼얹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이든, 한국이든 사람들이 몰려오고 북적거려야 대회목적 상 지역경제도 활성화 시키고 고용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성 싶다.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상황에서 광주시로서는 대회가 끝난 후 수영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발전과 경제효과를 홍보해야 하는데 어떤 계량화된 수치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염주체육관의 아티스틱 경기장과 조선대 운동장의 하이다이빙 경기장은 각각 수십억을 들여 임시로 경기장을 만들어 놓고,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이를 철거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아 ‘속빈강정’ 세계대회라는 분석이다.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한전이 후원금을 평창에는 800억을, 광주에는 고작 30억을 내놓으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었다.

후원금도 별로 없고, 흥행도 실패하고, 열기도 없고,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자발적 호응도 없는 광주세계수영대회가 이제부터라도 분발해서 ‘국제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치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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