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적 영향력 쪼그라질 듯
호남 정치적 영향력 쪼그라질 듯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1.10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개특위, 연동형 비례대표 권고안 의미와 과제
광주·전남 정치지형 변화 예고 속…거대 정당 ‘짬짜미’ 변수로

[시민의 소리=박병모 기자]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 확대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특위의 선거제 개혁 권고안이 마련됐다.

민주평화당 광주시당이 지난해 12월 2일 광주 서구청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세미나를 개최하기에 앞서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민주평화당 광주시당이 지난해 12월 2일 광주 서구청에서 개최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세미나에
앞서 국회의원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간 만큼 국민 대다수가 바라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이 반대하거나 미지근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국민의 바람대로 제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권고안대로 실현된다면 호남정치 정치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이번 연동형비례대표제 권고안에 대한 의미와 산적한 과제를 지면을 통해 간추려 본다.
<편집자 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특히 여야 정치권이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질질 끌어왔고, 매번 무산됐던 선거제도 개혁안이 마련됐다. 이제부턴 국회 몫이 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산하 ‘선거제 개혁 자문위원회’는 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300명)보다 60명 늘리는 권고안을 마련해 국회에 넘겼다.
그러면서 현행 ‘만 19세’로 돼 있는 투표 참여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도록 권고했다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제 개혁에 대한 특위 차원의 권고안은 전직 국회의장과 학계·여성·청년·시민사회·언론 등 각계 인사 18명으로 취촉한 자문단의 의견을 하나로 모은 끝에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국민적 요청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다만,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이 안에 반대해 서명하지 않았다.

자문위가 권고안에 담은 뜻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현행 선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민의 의사(지지율)와 선거 결과로 나타나는 의석수 사이의 괴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도록 의석을 배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 셈이다.

자문위는 또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정치권이 재량을 갖고 조정하는 길도 열어 놓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더라도 국회 예산은 동결하고, 국회가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현에 따른 지역별 온도차도 엿보인다.
호남정치권에서는 과거처럼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소위, ‘1당 독식’구도 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망국병이라 할 수 있는 ‘지역 감정‘구도가 사라지면서 다당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려 스런 대목이 있다면 호남지역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어 상대적으로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이 쪼그라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아울러 자문위는 현행 ‘만 19세’로 돼 있는 투표 참여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토록 권고하고,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논의도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합리적·민주적 방식의 정당공천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위가 문희상 의장을 통해 국회정개특위에 전달한 의견서에는 일부 자문위원들이 논의 과정에서 밝힌 이견이 ‘개인 의견’으로 첨부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체적으로 나눠 부분 연동형, 복합 연동형, 보정 연동형 등을 제시했다. 부분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의 절반을 보장해주는 안이고, 복합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과 지역구 득표율을 합산해 연동시키는 안이다.보장 연동형은 차지한 의석이 정당 득표율보다 많은 정당에서 초과한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빼서 득표율만큼 받지 못한 정당에 우선 나눠주자는 안이다.

특히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지역구 200석·비례의원 100석 안도 권고됐지만, 지역구 의석 줄이기가 힘들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연동형비례대표 도입 촉구 피켓
연동형비례대표 도입 촉구 피켓

자문위는 선거 연령 18세 하향과 관련, "OECD 35개 국가 중 투표 연령이 만 19세로 규정되어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현재 만19세로 돼 있는 투표 참여 연령도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 학교 현장이 정치 논리에 휩쓸릴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대로 이러한 고답적인 주장은 ‘18세의 당당한 시민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권고안이 실제 선거제도 개혁으로 이어지기 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총론에는 여야가 원칙적 공감대를 이뤘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는 거대정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데서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권고안은 ‘국회 예산 동결’과 ‘정치 개혁’이라는 안전망을 함께 제시하긴 했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이 반대 여론을 뚫고 나갈 만큼의 의지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원정수 문제를 놓고는 자문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기우 자문위원은 “현행 300명 범위에서도 초과 의석이나 보정의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지역구를 대선거구제로 개편하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지 않아도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확대함과 동시에 소지역이기주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헌조 자문위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양산하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헌법개정 논의를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금숙 자문위원은 “360명보다는 330명 정도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선거구 조정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매번 그래왔듯이 여야는 극심한 갈등을 반복해 왔다. 실제 의원 개개인의 ‘정치 생명’이 달린 만큼 자신의 지역구 축소 작업이 구체화 되는 순간, 여야 논의가 무기한 답보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는 달리 거대 정당들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데 동의해놓고 말을 뒤집었다.
민주당도 겉으로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용납하겠느냐는 핑계를 댄다.

어찌보면 의원정수 조정과 지역구 의석 축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권고안 전달식에서 "각 당은 자문위원 의견서를 참고해 "정개특위 계획대로 2월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대로 4월까지 선거구도 확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대적 과제 앞에서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선거제도 개혁안을 매번 무산시켜왔던 만큼 과연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해갈지 궁금하다.

이런 권고안을 거대 정당들이 짬짜미로 무산시킨다면 시민들의 촛불정신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는 시대적 과제가 놓여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