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승찬, 네온과 형광등에 도요 공간을 잇다
권승찬, 네온과 형광등에 도요 공간을 잇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8.10.17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제1,2,3전시실) 및 무등도요

그가 지난 뜨거운 여름 이전부터 갑자기 도요에서 놀기 시작했다. 그 무더운 여름에도 도요에서 불을 땠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도요를 들락거리더니 이번에 작품전을 한다.

권승찬의 작품전이다. 광주시립미술관 2018년 청년작가초대전으로 마련된 <권승찬-잇다>展은 도심의 하정웅미술관과 외곽의 무등도요까지 20km 거리를 인터넷과 CCTV로 이어 보여주는 전시이다.

전시는 10월 8일부터 12월 9일까지 열린다.

그는 주로 네온과 형광등이라는 라이트를 이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라이트에 흙으로 빚은 갑발(匣鉢)을 미술관을 뒤덮을 정도로 배열했다. 갑발은 청자를 빚을 때 쓰는 고온에 견디는 원기둥꼴 점토 그릇이다. 도자기를 구울 때 불길이 도자기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도자기에 재가 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전체적으로 보면 네온으로 텍스트를 만들고 형광등으로 조명효과를 냈다. 규모의 면에서 압도하는 구성을 했다.

그는 호남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공미술-아트펜스작가,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에 선정되었다.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천주교광주대교구청 지하공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구성하여 호평을 받은 이후이다.

그는 현존하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주민을 위한 라디오방송, 전국 곳곳의 소외된 장소의 지역민의 일상과 애환을 들어보는 소출력 라디오방송국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도 그런 취지였다.

시대와 장소의 단절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로 인해 고루한 옛 것으로만 치부해버리는 잊어버린 과거의 역사, 현재와 단절된 뿌리없는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다.

이번 전시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하정웅미술관 전시장 곳곳에 무등도요를 일군 고현 조기정 선생의 발자취를 오마주했다.

<권승찬-잇다>展전에서는 전환기에 처해 있는 대중에게 무엇을 던져주려는 것일까. 작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우리의 유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겁없이 멋 모르고 식욕은 왕성했다”는 네온 텍스트와 도자기 파편들 사이에는 살아온 세월동안 수많은 실패의 흔적을 보여주는 연상작용이 일어난다. 나는 당신이든 실패는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네온과 형광등이 주변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빛이라고 한다면 나는 어디에 서야 할지 때로는 어디에 숨어야 할 지는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