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학관, '생명'을 노래한다면 어떨까
광주문학관, '생명'을 노래한다면 어떨까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8.08.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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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빛의 도시이고 생명의 도시이다. 그것이 광주광역시의 비전이다. 광주의 각종 정책이나 전략들을 들여다보면 이런 비전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놓는 일들이 거의 없다. 말들은 그럴싸하게 빛이나 생명을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천의지가 부족한 것이 광주시이다.

새로운 이용섭 시장이 한 달 반 정도 사령탑을 맡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후보 시절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광주만들기 6대 공약’의 하나로 “역사박물관, 국악당, 문학관 등을 건립해 광주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소개해 찾아오는 광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논의되어왔던 문학관은 이야기가 없고 생뚱맞은 국악당이 먼저 언급되고 있다. 물론 국악당이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2010년 광주시가 용역 의뢰한 ‘용아.다형 문학관 건립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이라는 보고서가 나온 뒤 강운태 시장, 윤장현 시장을 거치면서 방향을 잡지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곳이 우리 광주이다. 이웃 전남과 전북에도 곳곳에 여러 문학관이 있다. 광주가 문화도시를 내세운 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만 더한다.

물론 이용섭호 출발 이전인 지난 6월 27일 광주시가 용역 발주를 했던 문학관 건립 중간보고회를 광주문화재단에서 가진 바 있다. 중간보고회를 했다는 것은 거의 마무리가 됐다는 뜻이다. 마지막 자문을 받아 소소한 것만 조정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문학관 건립 논의는 너무도 오래되었다. 기록을 더듬어보니 2008년 타당성 조사용역 및 건립추진계획을 수립하는 등 건립 추진이 가시적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런 뒤 10년이 지났다.

좋은 유산은 산고의 고통이 커야 한다는 점에서 10년쯤이야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이웃 일본 가나자와시의 21세기 현대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그 부지에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지역주민들이 논의하기 시작해 30년이 걸렸다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광주문학관도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사실을 살펴보니 지난 2013년 지역문학인들의 일부가 빛고을광주문학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하는 문학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는 강만 광주문인협회 회장이 신임회장으로 당선되면서 “광주에 번듯한 문학관 짓도록 광주시와 실마리를 풀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특별좌담회와 추진위원회 간담회가 잇따라 열렸고 지난 4월에는 김용집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문학관 건립추진을 위해 발의한 ‘광주광역시 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탄력을 받았다.

지난 5월 광주문학관건립추진위원회 제4차 간담회에서는 5월 광주정신에 깃든 민중성과 아시아와 세계문학의 지향, 역사성과 지역성의 범주에서 출향문인까지 포함하는 풍부한 문맥을 갖춰야 한다는 등 상반된 말들이 있었다. 광주문학관이 자칫 백화점식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역의 수많은 이해집단들로 인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름하여 순수문학과 진보문학 등 두 그룹의 진영논리와 아시아문화전당을 등대어 아시아문학이라는 범주까지 고민해야 하는 등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필자는 그 해답을 광주의 비전과 같은 광주의 비전과 상징에서 찾아본다. 광주의 상징은 빛과 생명이다. 빛의 도시이며 생명의 도시이다. 문학이라는 가치에서 바라본다면 ‘생명’은 출발이며 귀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생명은 인권과 평화의 귀착점이다.

생명의 의미 자체도 확실하게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학인이라면 작품 속에서 생명의 상징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에는 평화가 있고 민주와 인권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접근방식에 따라 5월의 생명을 이야기할 수 있고 자연의 생명, 삶과 기쁨, 그리고 아시아 지역의 생명에 관한 문학적 기록들을 포괄할 수 있다.

분명 문학관 명칭을 놓고 논란이 극심할 것이다.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간결하게 ‘광주문학관’이라 해놓고 모든 것을 담자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광주라는 역사성과 장소성을 담보하는 문학관이라 할 수 없다.

광주에는 수많은 시인, 소설가, 극작가들이 있다. 이들 모두를 여기에 담을 수 없다. 작품성은 물론이고 작품과 작가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으로서 사람들이 몇 번이고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것은 차별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문학관이 단순히 지역 문학인들의 놀이터이며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광주에 짓는 문학관은 광주만의 문학관이 아니라 ‘생명’을 노래한 작품이면 모두를 담아내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문학관을 찾은 시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에 관한 글을 언제든지 기록하고 디지털화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동됐으면 좋겠다. 보고만 가는 문학관이 아니라 참여하는 생명문학관으로 말이다. 다음에 다시 찾아왔을 때 자신의 예전 글, 가족의 글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재미있는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광주, 그리고 빛과 생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담는 ‘광주생명문학관’을 제안한다. 말로만 빛과 생명을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업에서 이를 드러내는 시각적 장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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