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하는 공원(公園)’을 ‘함께하는 공원(共園)’으로
‘관리하는 공원(公園)’을 ‘함께하는 공원(共園)’으로
  • 박노보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18.07.24 1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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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민주주의의 상징, 공원은 박물관이 아니다

공원은 근대 민주주의국가의 출현과 더불어, 이전 봉건시대에 영주나 귀족의 소유물이었던 정원을 일반시민에게 개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괴테의 ‘공원사상(公園思想)’을 설명한 우자와 히로부미(宇沢弘文, 전 도쿄대학 명예교수)에 의하면, ‘공원(公園)’의 ‘공(公)’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 즉 ‘민(民)’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이러한 ‘공(公)’의 영역이 ‘관(官)’에 의해 지배된다면, ‘민(民)’이 지배하는 ‘공(公)’으로 고쳐야 한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공(公)’을 ‘관(官)’과 동일한 개념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공(公)’이기 때문에 공원은 ‘관(官)’, 즉 행정이 지배(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때로 공원에 가보면 짜증이 난다. “○○금지”라는 고압적인 표현의 팻말, 어지럽게 걸려 있는 현수막 등이 눈에 거슬린다. 지방자치단체에는 공원담당 공무원이 있으나, 타성에 젖어 그저 ‘보호’하려고만 한다.

공원의 목적에 대해 법에서도 “쾌적한 도시환경에서 문화적인 도시생활을 확보하고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은 공원을 문화재처럼 보호만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들이 더욱 편리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영감각을 확보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즐거움도 주는 공원

공원은 공공의 자산이다. 공공자산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조성하고 세금으로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공공마케팅의 시각에서 공원을 민관협력, 또는 민간위탁으로 경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행정이 공원에 대해 왜 경영적 감각을 가져야 하는지, 해외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공원 내의 영업권을 민간사업자에 임대해서 수익을 내는 소위 ‘공원컨세션’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공원을 활용하여 공원을 유지․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충당하고, 이용자(시민)들에게는 편익도 제공한다.

뉴욕시는 5개 행정구 안에 있는 공원에서 약 500개의 컨세션(영업권)을 운영하고 있다. 컨세션의 대상은 크게 푸드서비스와 레크리에이션이 있는데, 전자는 핫도그카트, 레스토랑 등 음식점이 주류이고, 후자는 스케이트링크, 골프코스 등 레저스포츠가 주류이다. 이렇게 해서 뉴욕시는 연간 1,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수익금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화훼를 식재하고, 어린이놀이기구를 설치하는 등 공원 가꾸는데 필요한 비용을 충당한다.

뉴욕 매디슨스퀘어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공원 안에는 유기농 햄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 1호점이 입점하여, 시민들과 관광객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5월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찾을 정도로 인기였고, 매디슨스퀘어공원 입점 1년만인 2015년 1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까지 했다.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공원 안에 있는 쉐이크쉑햄버거점Photo: https://www.flickr.com/photos/zokuga/7101183793/in/photostream
뉴욕 맨해튼 매디슨스퀘어공원 안에 있는 쉐이크쉑햄버거점
Photo: https://www.flickr.com/photos/zokuga/7101183793/in/photostream

토야마 칸스이공원

일본에서도 공공마케팅의 관점에서 공원컨세션을 운영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2000년부터 본격 추진해온 지방분권으로 인해 지방교부세가 감소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부족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공원컨세션 운영에 적극적이다.

토야마시(富山市) 칸스이공원에는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커피숍(스타벅스 자체에서 실시하는 ‘스토어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 수상)이 있다. 이 공원은 원래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커피숍이 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커피숍이 있는 칸스이공원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커피숍이 있는 칸스이공원

참고로 ‘스토어 디자인 콘테스트’는 이후 지금까지 두 번 더 있었는데, 2010년에는 후쿠오카에 있는 오호리공원점, 2011년에는 다자이후텐만구에 있는 오모테산도점이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요코하마 파크캐러번

최근 요코하마에서는 비영리단체 ‘하마노토다이’가 ‘공원혁명․파크캐러번’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도시 근린공원에 인조잔디를 깔고 그 위에서 캠핑도 하고, 벼룩시장도 열고, 요리도 하는 등 이벤트로 새로운 형태의 공원 활용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호만 하는” 금지투성이의 공원(公園)을 시민과 “함께하는” ‘공원(共園)’으로 변신하니, 가히 공원혁명, 혹은 공원해방이라 할 수 있다.

2016년에는 굿디자인상(Good Design Award, 일본디자인진흥회가 주최하는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공원에서 열리는 파크캐러번Photo: http://www.hamanotoudai.com
공원에서 열리는 파크캐러번Photo: http://www.hamanotoudai.com

하마노토다이가 실시하는 파크캐러번은 쿠션, 플랜터 등을 갖춘 아웃도어 리빙에 음료, 그림책, 아이쇼핑 쿠키 만들기, 쵸크아트 체험 등 실제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똑 같은 LDK(Living, Dining, Kitchen)를 콘셉트로 한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아이템을 골라 ‘나만의 아웃도어 리빙’을 꾸며 놓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웃(다른 참가자)을 초청해서 교류도 한다. 맨해튼 한복판 브로드웨이의 브라이언트공원(Bryant Park)에서 하는 ‘나만의 공간’과 같다.

뉴욕 브라이언트공원

브라이언트공원은 민간단체 브라이언트파크코포레이션(Bryant Park Corporation, 공공공원을 사적으로 운영하는 미국 최대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민간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에는 브라이언트파크 야외영화상영제를 열어 뉴욕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물론 입장료 무료, 영화상영일에는 오후 5시부터 잔디광장을 개방한다. 잔디 위에 깔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을 제외한 담요나 타올만 가능하다.

야외영화상영회가 열리는 브라이언트공원Photo: https://planning.org/blog/blogpost/9110981
야외영화상영회가 열리는 브라이언트공원Photo: https://planning.org/blog/blogpost/9110981

쌍암공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가 있는 명소로 만들자

내년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광주에서 열린다. 주경기장이 있는 남부대학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근 상가와 공원을 찾을 것이다. 그 중에는 상가와 인접한 쌍암공원이 있는데, 내가 가본 후쿠오카의 오호리공원이나 토야마의 칸스이공원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가본 쌍암공원 주변은 상가와 주택가에서 내다버린 쓰레기가 쌓여 있고, 공원 안에는 불법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었다. 이는 낮은 시민의식과 광산구의 관리소홀 탓이다.

이러한 단순문제는 행정이 계도하고 ‘관리’만 잘 하면 해결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행정의 ‘경영감각’이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쌍암공원 안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공원관리에 필요한 재원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사랑받는 명소가 될 것이다.

아름다운 쌍암공원(위), 쓰레기에 갇혀 있다(아래)
아름다운 쌍암공원(위), 쓰레기에 갇혀 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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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대 2018-07-24 16:25:43
좋은 의견이세요. 진작에 할수도 있었겠지만 국민의식수준이 어느정도 올라온 지금이 적기일수도 있겠어요.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