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에서 살기
사회주의에서 살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8.03.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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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선거가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한 자리 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의 공약이 가관이다. 공약을 보고 있으면 이제 일 안하고 가만있어도 먹고 살 유토피아가 올 것 같다. 엄마 수당, 전입 수당, 청년 수당, 노인 수당, 육아수당, 무상 교복, 다자녀 무상 교육, 무상 주거 배당, 아파트 배관 교체, 심지어는 어느 도백 후보자는 아예 도내 무상 교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돈 없이도 날마다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복지 공약을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퍼주기 공약으로 빼꼭하다. 이번 지자체 선거가 끝나면 이 나라가 천지개벽할 판이다. 필요가 있든 없든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크고 작은 별의별 복지 공약들을 훑어보니 생시인지 꿈인지 모를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을 다 어디서 조달해 주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경제이론에 후진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먹고 살게 되면 선진국 흉내를 내려 하기 때문에 다시 후진국으로 되돌아간다고 하는 것이 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려서 그렇다는 이론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국가가, 지자체가 국민과 주민에게 돈 퍼주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 개인으로 말하면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에서 덕 보고 사는 것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 말고는 퍼주기 복지는 당해본 일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남녀노소에 살포하는 복지 홍수를 시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염려스러운 것은 과연 그렇게 퍼주고도 나라가, 지자체가 지탱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만 잘 먹고 그만 살자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선거 캠페인으로 벌이고 있는 이런 포퓰리즘 복지 공약 따위가 얼마나 이번 선거가 대국민 사기극 선거가 될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기반으로 한다. 경쟁이 없는 생산, 경쟁이 없는 교육, 경쟁이 없는 연구를 생각해보라. 나는 동구권 공산국가가 망한 것은 세일즈맨이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경쟁이 없으니 내 물건 좋다고 경쟁하며 선전할 세일즈맨이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퍼주기를 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의 경제다.

너희들끼리 잘 만들어서 팔고 사고 해라.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고 물길을 터주듯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돈을 풀었다가 조이고, 막히면 뚫어 주고 이러면 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다.

지금 정부는 국민 세금을 가지고 중소기업에 취직하면 1인당 1천만원을 준다고 한다. 마중물이라든가, 뭐라든가. 하여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처하다 보니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체 그렇게 마중물을 퍼주어서 오래가는 진성 일자리가 생길까.

나는 경제 전문가가 따로 있어가지고 그 사람들이 없으면 나라 경제가 잘 안돌아간다고 생각지 않는 사람이다. 경제 전문가 따위는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경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저 고대 이집트 사람들도 기근이 들자 피라미드 같은 대역사를 벌여 구휼했다.

수요를 창출하면 공급이 있게 마련. 기업이 사업을 잘해 일자리를 창출하면 저절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이웃 일본으로 우리나라 청년들 2만명이 취업하러 갔다고 한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성공을 거두어 기업은 번창하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나이 7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들도 많다.

솔직히 말해 우리가 그동안 잘 먹고 살게 된 것은 ‘일본 따라하기’를 잘한 덕이 크다. 안 그런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고, 교육을 잘 시켜 쓸 만한 인재를 배출하고, 창의력을 북돋아 창업이 불같이 일어나도록 하고, 이웃 일본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일본은 최고로 ‘성공한 사회주의 국가’로 칭할 정도로 나라의 부가 골고루 배분되어 있다는 평가다. 정치가 별 것인가. 재화와 부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일본은 평균해서 잘 사는 자와 못 사는 자의 빈부 격차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중산층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정치라는 것은 자고로 국민 배부르게 해주면 끝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람들 재산 지켜주는 것이다. 그것 말고 또 ‘뭣이 중헌디’냐. 이번 지자체 선거는 내가 겪은 이 나라 선거 중에서 가장 허망한 선거가 될까 걱정스럽다.

대체 그 많은 재원은 어디서 나서 ‘해주겠다’ ‘해주겠다’고 경쟁적으로 입에 거품을 무는지 의심스럽다. 유권자를 기만해도 유분수지 이런 식으로 내 귀한 표를 달라고 하다니, 화가 나기도 한다. 나는 이미 결정했다. 퍼주기를 하겠다는 후보는 일단 제외다. 주민의 에너지를 모아서 무엇을 함께 하겠다는 후보를 기다릴 참이다.

주한 중국대사가 한 말이 있다. “한국은 우리보다 더한 사회주의 국가다.” 정말 이번 선거가 끝나면 우리는 국가, 지자체가 알아서 다 해주는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인가. 그러면 나는 뒷짐 지고 슬슬 살아도 되겠다. 그런데 그것이 나는 왜서 싫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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