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도 언론의 햇빛을!
학교 현장에도 언론의 햇빛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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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을 뽑자'는 구호가 교육계에 꿈틀거리고 있다. 1995년 5.31교육개혁안으로 시작된 정부 주도의 교육개혁 드라이브가 이제 8년여에 접어들었고, '교육개혁'이라는 네 글자가 이제 신물날 정도로 식상해져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한국의 공교육에 희망의 이정표가 발견되었다는 담론은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서서히 '교장선출보직제' 구호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교육개혁논리는 그동안 '시장화'를 뼈대로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있음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운동 세력은 '민주화'를 개혁의 중심 골간으로 제시한다.

그동안 정부의 개혁이 교육부와 교육청의 권력을 중심으로 현장의 학교들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교육개혁이었기에 현장을 짓누르는 관료들의 권력은 약화되기는커녕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

몇 일전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난 시도교육청의 수천 만원 인사청탁비리는 비리치고는 무척이나 후진적인 비리라고 할 것이다. 비교적 교장,교감 인사라고 하는 것이 충분히 감시가능하고, 많은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고 보면, 투명한 인사원칙, 여론의 감시기능 등에 아랑곳없이 뻔뻔스러울 수 있는 관료조직의 위세가 없다면 불가능한 비리이기 때문이다.

교장선출보직제 도입 꿈틀


한편에서는 교육개혁으로 현장 교사의 경쟁논리를 더욱 부추키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후진적 비리가 공존하는 것은 시장화의 미명으로 애가 달은 학부모의 교육열을 등에 업어 교육공권력을 더욱 강화 지속시키는 반민주적 교육행정에 그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교육민주화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째, 투명한 행정의 실현, 즉 교육언론의 활성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섭섭한 감정을 섞어 말하는 것이지만 그동안 기성언론은 학교현장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였다. 비록 아동이고 청소년이지만 광주인구의 1/3의 삶이 전개되는 학교현장의 이야기는 외면하였다.

그나마 '교육개혁'이 떠들어지면서 언론은 개혁의 사례라고 학교가 변화하는 이야기, 대안학교 이야기를 침소봉대하면서 이슈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지만, 대부분 계도(啓導)적 맥락에 그치고 말았으며, 한편으로는 변화하지 않는 학교에 애태우는 독자들에게 스스로 위안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니 참으로 슬픈 언론의 현실 아닌가?

기자들더러 왜 학교이야기를 제대로 못쓰고 변죽만 건드리냐고 물어볼라치면, 열이면 여덟아홉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학교처럼 패쇄적인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울타리가 높다고 교육청 공보실 보도자료만 옮기는 언론인들도 얄밉지만 신문방송이라면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는 교장, 교사들의 행태도 정말이지 중병이다.

학교가 언론을 싫어하는 것은 딴은 명예때문이고 지천에 깔린 이해당사 자들의 무책임한 구설수를 피하자는 방어의식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가 '지역의 학교'가 아닌 관료조직의 하부단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 선도규정에 경찰서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징계를 내릴 수 있게 되어있다. 자라나는 학생임을 감안하여 법원이 선도조치한 것을 정작 교육당국은 징계를 내린다? 무슨 근거로? 당연지사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어찌 학생만이겠는가? 최근 인천시 북부교육청은 극기훈련 중 모텔사장의 초등학생 성추행을 밝혀낸 교사 2명에 대해 물의를 일으켰다고 강제전보를 하여 다시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 않는가?

학교이야기 공론화가 민주화


부실시공 학교를 교장 자신의 책임이 아님에도 상급관청의 부조리까지 감춰줄 요량으로 교사,학생의 거듭된 문제제기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학교의 명예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명예라면 바로 공공의 명예가 아닌, 교장 사인(私人)의 명예이며, 교육부―교육청―학교로 이어지는 하향식 평가논리에서 승진하고자 하는 자들의 개인의 명예인 것이다.

이들에게 '학교 홈페이지'란 언론의 공간이 아니다. 단지 일방적 홍보계도의 공간에 그치는 것이다. 광주 시내 학교의 그 많은 홈페이지들이 대부분 학교의 공문게시용, 전시용으로 전락되고 정작 홈페이지의 주인인 학생들은 그곳에 없지 않는가?

교장,교감들이 즐겨 말하는 "집안 일을 밖에 나가서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가족주의적 생존논리가 통하는 학교에서 그 어떤 개혁도, 민주화도 기대할 수 없다. 민주화 없는 시장화란 입시교육의 경쟁논리일 뿐 다양한 선택권의 행사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정리하거니와 학교현장에 대한 언론의 활성화는 학교를 관료조직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이를 주민자치, 교육자치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근본 동력일 것이다. 때문에 어떤 현안의 해결을 목적으로 삼기 이전에 교사신문이든, 학교신문이든, 지역시민단체의 신문이든, 학교이야기를 사실적으로 추적하고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민주화이며, 수많은 학생들의 삶을 지키는 인권운동이 될 것이다.

교육언론운동 없는 교육민주화란 정녕 헛된 기대임을 냉정히 받아들일 때에 우리가 함께 갈 길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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