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외면하는 '닫힌'사회
'파업' 외면하는 '닫힌'사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전소 노동자들의 파업이 20여일 째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25일경 철도, 지하철, 가스노동자들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를 반대하며 연대파업을 시작해 철도, 지하철, 그리고 가스노동자들은 파업을 철회했지만 발전노동자들은 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파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당시 금방이라도 전력대란이 일어날 것 같이 호들갑을 떨며 파업반대 여론 부추기기에 극성을 떨던 정부당국은 발전노동자들을 불법, 파괴주의자들로 규정짓고 경찰력 투입시기만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 교통, 난방 등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는 공기업의 특성 때문에 자신의 이해를 중심으로 파업을 불편해 하던 국민들도 지금은 노동계를 제외하고는 거의 '관심 밖의 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발전노동자들의 파업 참여율이 90%가 넘는데도 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중재노력이 잘돼 경찰력 투입 없이 노동자들이 일터와 그리운 가족품으로 돌아가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발전노동자들이 주장한 '공기업 민영화 반대'는 또다시 시일만 연장하는 선에서 '어정쩡한 절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중재후 파업을 주도했던 '주동자'들은 일터를 잃고 감옥에 가거나 수배자가 되고, 일터로 다시 찾은 노동자들은 함께 싸운 동지들을 잃은 아픔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고뇌의 모습이 언뜻 그려지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번 발전소 노동자들의 파업의 핵심은 공기업 민영화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하나의 예로 공공성을 갖는 기업을 민간이 경영하는 미국이나 서구와 우리나라의 공공요금을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옳은가 그 답이 쉽게 도출된다.
우리나라의 전기, 수도, 교통, 통신요금은 미국이나 서구에 비해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열배까지 싸다.


운영이 부실하다면 그것은 낙하산 인사와 관료적 경영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돈벌이만이 최고'라고 줄곧 외치며 민영화를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IMF 이후 급속하게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돈이면 최고'이고 그것이 어떤 내용과 가치를 갖던 이유를 불문하고 '경쟁이 곧 선이다'라는 의식을 앞장서서 퍼뜨리고 있다. 오죽하면 '돈 없는 유관순 열사보다 돈 많은 마돈나가 낳다'는 기이한 말까지 우리사회에 급속하게 전파될까?


또 하나는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파업으로 불편을 느끼면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 기업주 행태를 따지기 보다 무턱대고 노동자들만 질타한다. 심지어 '빨갱이'로까지 매도를 해왔다.


'파업'은 노동자, 경영주, 그리고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다루는 정부가 다함께 연관되어 상호 충돌할 경우 발생한다는 점은 무시되고 언론과 국민여론은 모든 책임을 한쪽만으로 덧 씌워 왔다. 파업은 노동자들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권리요, 헌법에도 보장된 천부적인 집회 결사, 행동의 권리이다. 나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새겨보는 사회는 언쩨쯤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시민사회 진영 책임이다.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올바른 시각을 갖도록 변화시키기 위한 인식들을 심는데 좀더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 할 때다. 특정사안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하려는 것은 칭찬할 일이나, 내 가족, 이웃 친지 등 한 걸음 옆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외면하고서 건강한 시민사회운동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자 파업이 곧 나의 삶의 문제로 다가오며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회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