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50일 예약했는데 5년을 더 가야하다니...
희망의 50일 예약했는데 5년을 더 가야하다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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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아름다운 꼴지' 김근태의 후보 사퇴이후 광주지역 지지자들사이에서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에 김근태후보의 지근에서 활동을 해온 남평오씨가 그같은 심정을 전해왔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방식으로 세계최초가 되는 한국식 국민경선제가 민주당 당무회의을 통과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국민경선제가 누구한테 유리할 것인가라는 전술적 측면에서 나는 내가 따르고 지원했던 김근태 의원이 단연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민경선제를 97년대선 시기에 관철시킬려다 실패했는데 기어코 역사를 이뤄낸 김근태의 뚝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김근태 의원은 부패와 지역주의를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다.

국민경선제 통과소식에 회심의 미소 짓건만 광주,광주만의 해결과제 생겨나

나는 우리 정치가 그런 방향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김근태는 대통령후보가 될 거라는 희망을 걸었다.

김근태 의원이 80년대 한국민주주의의 상징이며 김대중을 잇는 정통세력으로서 전국적인 지지가 있을 것이고 특히 광주는 김근태 의원의 홈그라운드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2002년 1월 나는 김근태 의원을 지지하는 선후배들과 의논하여 김근태 의원에 대한 선거조직에 착수하였다. 회원이 200명되는 근우회 조직이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의 원로와 80년 정치권에 조소를 보내던 운동권 선후배가 대부분이어서 선거를 치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월이 지나갈 무렵까지 사무실은 고사하고 선거를 어떻게 치뤄야 하는 건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광주는 광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생겼다.

여러 악재도 겹쳐 있었다. 선거에 필수적인 조건도 미약하였고 개혁후보단일화 같은 명분이 선거를 압박하였다.

2월이 되어 우리는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배들을 찾았는데 운이 좋게 큰 선거를 치루어 본 선배들이 스스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타났다.

선거운동에 자신이 붙었고 광주에서만은 절대로 1위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국민경선에서 첫 번째 관문은 선거인단 공모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첫 번째 국민경선이었기에 시민의 관심이 폭발할 것이지만 5만명 정도가 응모한다면 아무리 경쟁률이 높다하더라도 1/50을 넘지 않으리라 예상하였다.

우리는 주위의 친구나 친지들 그리고 이웃들에게 국민경선에 응모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지만 우리가 모을 수 있었던 건 고작 7천5백매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10만명이 넘는 숫자가 응모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첫 번째 낙담을 하였고 우리의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

그렇지만 국민경선 선거인단의 결과에 70여명이 선정되어 그 표라도 잘 지켜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지켜낼 수 있는 기본적인 표는 기존 대의원을 포함 200여표 정도였지만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300표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3월 4일 김근태 의원은 2년전 최고위원 경선자금에 대해 고백을 했다.

선후배들이 이 발표에 흥분했다. 가장 뼈 아픈 것은 언제나 역사의 교훈이 말해 주듯이 선거를 앞에두고 의견이 분분해 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분명히 악재인 셈이 되었다.

드디어 제주도에서 경선이 시작되었다.

김근태 의원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사자후를 토해냈다.

그러나 16표를 얻은게 고작이었고 고백역풍에 꼴찌역풍이 광주에도 어김없이 닥쳤다.

우리는 비상대책회의를 하루에 두 번씩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다르게 지지가 곤두박쳤다.

월요일 김근태 의원은 광주에서 조찬을 가졌다. 국민경선에 우리가 확보한 표는 아니지만 운이 좋게 뽑혀 김근태를 지지하겠다는 5명을 초청했다. 광주에서 이름이 알려진 5명이기에 이분들이 김근태를 위로하면서 격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김근태 의원은 대선의 공간을 벗어나 끝내 자신의 길을 가고 말았다.

우리는 희망의 장정 50일만을 예약했는데 5년을 더 가야하는 긴 세월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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