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씨의 한총련을 위한 '변명'
강위원씨의 한총련을 위한 '변명'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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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총련합법화 대책위의 산파 강위원씨(31. 97년 한총련 의장)>


97년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장 활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4년의 징역을 살았다. 지난해 여름 출소한 뒤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각 대학과 사회단체 등을 분주히 오가고 있는 강위원씨(31. 97년 전남대총학생회장, 한총련의장).

결코 짧지 않은 옥고를 치르고 나왔음에도 자신의 임기 중 발생했던 학생운동에 관련한 수많은 과제들이 여전히 그의 몫으로 남아있다. 맺은 자가 푼다는 마음으로 지난해 8월엔 MBC100분 토론에 출연해‘한총련을 위한 항변'을 하기도 했던 강씨를 만나 그간의 생활과 최근 진행중인 한총련 이적규정철회에 관한 그의 활동에 대해 구체적 이야기를 들었다.


출소한 지 반년가까이 지나고 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나

옥중에서 여러 가지 구상을 가다듬고 나오긴 했지만, 20대 내 삶과 열망을 모두 바쳤던 학생운동이 현실에선 여전히 이적단체로 낙인찍혀 있었다.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했고, 출소 이후 전국 대학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면서 21세기한국학생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진로에 대해 모색했다.

또한 한총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각계의 지성들을 만나 한총련합법화를 위해 사회적 여건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해왔다. 오는 20일 공식발족을 앞둔 범사회인 대책기구는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런 활동의 중심에 이른 바 '한총련세대'가 설 수 있도록 홈페이지(한총련세대)도 마련했다.

한총련의 합법적 활동을 보장하는 게 현재 학생운동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적규정철회문제는 한총련에 대한 지지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다. 한국학생운동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사상과 양심, 그리고 인권 차원에서도 97년 이후 6년째 가장 자유로워야할 대학생들을 가장 부당한 법으로 가둬놓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일이다.

자본만능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어두운 대학현실 속에서 시대문제를 놓고 고뇌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사실은 민족적 차원이든 인류적 차원이든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큰 자산이고 희망의 근거 아닌가.

최근 발간한 『한총련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가장 무서운 것은 한총련이 6년째 이적단체로 묶여 있는 것에 대한 지독한 무관심이었다.
이적규정 이후 1300여명의 학생들이 감옥으로 줄을 잇는 무서운 현실에 대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 행보가 없었다. 침묵을 깨뜨릴 울림이 필요했다.
그간 학생운동의 역사가 이적규정에 의해 손쉽게 부정당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건강한 운동을 창조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데 따른 타개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총련의 이적규정때문에 역사적 부채감과 무게에 너무 짓눌려 있었기에 당대 의장으로서 이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학생들 역시 스스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하지 않나.

『한총련 이야기』책 속에 '한총련이 국민들에게 드리는 희망의 약속 10가지'를 담은 바 있다.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시대담론들을 접할 수 있어야 하고, 토론을 통해 시대분석과 미래 개척을 위한 지적 성실성을 갖추는 것이 주요과제다. 이를 위해 밖으로는 각계 지성들과의 토론이 필요하며, 안으로는 학생사회로부터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과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언제나 낮은 곳에 대한 시선을 잃지 않는 운동의 근본정신이 더욱 깊고 넓게 계승됐으면 한다. 분명한 것은 이런 움직임이 한총련을 필두고 학생운동 전체에서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 선배들을 비롯한 각계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개인적 활동계획은?

20대를 보내면서 치열성은 있었으나 우리사회의 대안을 마련하는데 취약했음을 옥중의 학습과정에서 깨달았다. 때문에 이를 위한 준비과정을 계획성 있게 밟아나가고 싶었고, 이 활동이 마무리되는 대로 학교에 돌아가 좀 더 구체적 분야의 학문에 정진할 생각이었다. 아직 복적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교육부와 대학측에서 잘 해결해 주리라 믿는다. 지난 20대는 진보를 '슬로건'으로 주장했다면, 이제는 알찬 자기준비를 통해 진보를 몸으로 살아내는 진정한 운동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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