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송년회'를 꿈꾸며
'역사 송년회'를 꿈꾸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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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단체별로 지인별로 술 약속을 잡고 '송년회'를 갖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송년회의 유형을 소개하고 건강을 헤치지 않으며 술을 먹는 방법까지 알려주며 송년회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송년회'란 말 그대로 한 해를 잊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말이다. 한 해를 잊는 다는 것은 무조건 묻어둔다는 얘기가 아니라 섭섭하고 안타까웠던 일들과 사람들과 화해하고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 새로운 자세로 살아가자는 얘기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01년의 묵은 떼를 씻기 위해 '송년회'를 맘껏 즐겨야겠다.

최근 신문지상에는 '수지 김' 사건과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최종길씨 사건이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으로 알려졌던 수지 김 살해사건의 주범이 남편이었고 당시 안기부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정권안보에 이용하기 위해 숨겨오고 심지어는 대 국민을 상대로 북한의 만행에 대해 열띤 홍보전까지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최종길 교수는 자살이 아니라 당시 수사관이 7층 건물에서 의도적으로 밀어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권력자들의 잔인 무도함을 엿 볼 수 있는 사건들이고 시대의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마음 다지는 송년회
수지김, 최종길 교수, KAL기 사건 등
숨죽이던 진실이 이제야 빛을 보는 건
역사와의 송년회 치르지 못한 우리잘못


얼마전에는 유가족과 사회단체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KAL기 사건 진상규명운동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많은 국민들은 88년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필지령을 내려 폭파시킨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부터 숱한 의혹제기와 최근 '내외저널'에 전직 공무원 현준희씨가 '조작의혹'을 제기한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은 북한를 테러국가로 지정하게된 사건으로 통일운동단체들도 주목하고 있으며 대책위를 꾸려 자체 진상규명 활동에 들어가고 있다.

그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권위주의와 철권통치에 숨죽이던 사람들이 이제야 진실을 밝히고 역사 바로세우기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요즘 이러한 사건들을 '역사 송년회'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역사 송년회'를 옳게 치뤄 내지 못한 탓에 지금도 의혹사건, 사고들이 묻혀 지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양민학살도 그렇고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해방 이후 올바른 일재 잔재를 청산하지 못해 한국의 현대사가 굴절되고 절름발이가 되었으며 그 왜곡된 역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쪽에서는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네 테러방지법이네 하는 역사의 흉물들이 유령처럼 떠돌아 다니고 있으며 여전히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역사와 송년회를 옳게 치러내지 못한 우리들의 잘 못이다.

이제 우리는 2001년 송년회에만 머물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몇몇 단체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의 진정한 화해, 역사와의 진정한 송년회를 우리 모두가 준비하고 함께 해야 한다.

언제쯤이면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위한 돈으로 4천만이 걸쭉한 송년회를 치룰 수 있을까?

김영정 기자는 광주전남통일연대에서 선적국장으로 활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062)225-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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