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 사회만들기, 어떻게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어떻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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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고착화>
<학벌, 타파할 수 있나>

<전국순회 토론회...현실적 대안 부재 지적도>


"이런 일을 왜 교수들이 나서서 하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솔직히 교수들 스스로가 서열화에서 밀려난데 대한 반발로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1일 YWCA 7층 강당에서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모임주최로 열린 '학벌문화 타파를 위한 전국순회토론회'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최은순 광주지부장이 '당돌하게' 제기한 의문이다.
학벌, 학연의 폐해에 대해 공감하는 시민들이 많아 당초 성황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던 이날 토론회는 토론회 주최측과 소수의 시민들만 모여 초라한 행사가 되고말았다.
하지만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관계자들의 기조발제가 끝나고 진행된 토론회는 참여자들의 열기가 느껴질만큼 활발하게 진행됐다.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점은 주최측이 제시하고 있는 방안들의 현실성 문제와 또 한가지 학벌문화 타파를 외치는 주체마저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

이날 발제에 나선 김동훈 국민대교수, 고형일 전남대교수, 정영섭 건국대교수, 이공훈 흥사단 기획실장,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등은 '의식의 혁명', '대학서열체계의 극복', '공개경쟁입시의 폐지', '중등교육의 정상화' 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동훈 교수는 '공정을 가장한 사회적 계급의 세습장치'로서의 시험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시험을 주관하는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비난하면서 봉건주의적 사고방식의 산물인 명문에 대한 미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정영섭 교수는 대학서열체계 극복방안을 논의하면서 국립대의 저가할인으로 국고의 자동적인 지원이 이뤄지면서 국립대와 사립대 사이에 극복하기 힘든 서열이 나타나게 되고 과외 등 사교육비 혜택을 받은 학생은 국립대 중심으로, 그렇지 못한 학생은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에 진학하게 돼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서열화의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질타했다.

이공훈 기획실장은 더불어 '입학제도와 입시제도를 구별해 수능이 핵심인 입시제도를 없애고 다양한 형태의 입학제도를 정착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박경양 부회장은 '이같은 입시제도의 폐해로 중등교육현장이 황폐화되고 있으며 그 근저에는 대학입시를 통해 학벌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생존게임으로 인식하는 그릇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제자들의 발언은 학벌문화가 교육현장을 어떻게 왜곡시켜나가는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현실적인 대안마련과 학벌문화에 대한 보다 폭넓은 연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중등교육 현장에서 학벌문화의 폐해를 줄일 방법을 찾기위해 참석했다는 광주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정하선 장학사는 "각 분야별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시험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등의 대안제시는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최은순 회장은 "학벌문화 타파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논점 자체가 입시제도의 폐해에 집중돼 전문적인 식견이 없으면 쉽게 접근조차 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며 "이 문제는 학벌문화로 가장 피해를 받고있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봐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제기와 이에대한 대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윤민자 광주참교육학부모회 정보부장은 이와관련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거쳐 참교육 학부모회 일을 보고있는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대학 안나왔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표정이 확 바뀌는 '쪽팔리는' 경험이 많다"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발제자들의 진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학벌의 폐해 문제를 교육계 내부의 문제로 협소화시켜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으로 이에대한 고민거리를 남겨두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나선 박광인씨의 "학벌문제의 밑바탕에는 사회구조적 문제가 깔려있고 학벌이 존재할 수 있는 토양이 문제의 핵심인데도 여기서 토론하는 내용은 너무 이념적, 교육적 틀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으로 이날 토론회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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