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요? 전문인력 없어 난리예요"
"취업이요? 전문인력 없어 난리예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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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과학대 컴퓨터 게임제작과 신설 안태홍 교수

"이번에 새 게임이 나왔어? 무슨 게임인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새 게임이 나오면 학생들에게 쉴새 없이 질문을 던지며 게임 속에 푹 빠져드는 '학생같은' 교수가 있다. 전남과학대 컴퓨터 게임제작과 안태홍(39) 교수. "일반사람들은 게임과에선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줄 아는데 우리는 게임을 즐기면서 또다른 게임을 구상해요"

이 시대 최고의 게임은 누가 뭐래도 '테트리스'다. 러시아 대학원생이 무심코 인터넷에 올려놓은 이 게임은 남녀노소 모두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영역 만들기. 이것이 바로 안교수가 올해 게임과를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된 수업
지루해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이 수업을 '즐기기' 때문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쏟아낼 수 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계속되는 수업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 까닭은 학생들이 수업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우리 학교는 다른 대학에 다니다가 온 학생들이 참 많아요. 그 중에는 성악을 했던 학생도 있고, 글을 쓰던 학생도 있죠"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대학, 새로운 학과에서 전혀 낯설음을 느끼지 않는다. 모두들 공통분모 '게임' 안에서 성악을 했던 학생들은 음향에, 글을 쓰던 학생은 시나리오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품어내고 있다. 단순한 오락을 새로운 도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들도 '취업'이라는 문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안교수는 자신만만하다. "게임과 나와서 취직은 되겠냐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 학생들 같은 전문인력이 없어서 난리예요". 때문에 게임 전문업체가 전주는 10군데나 있는 반면 광주는 전혀 없을 정도다.

안 교수는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과 인재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과정을 '주문'받아 교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꿈을 밖으로 꺼내자는 취지에서다.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길 원하는
'끼' 있는 후배들은 모여라!


또, "실제 게임을 만들어보지 못했던 교수는 절대 수업을 할 수가 없다"고 고집한 안교수는 현장에서 강사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그 중에는 '고졸' 학력자도 있고, 타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도 있지만 이들은 '게임의 현장'에서는 강자들이예요". 이론만 알면 소용없다, 실제 현장의 요구를 알아야 게임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안교수는 이론만 꿰뚫는 교수는 게임과에 필요없다고 말한다. 안 교수는 게임과에 대한 고정관념 뿐만 아니라 대학 강단에 대한 고정관념도 과감히 깼다.

더불어 "미래없는 광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광주시 정책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교수는 "광주이미지에 맞는 손끝의 예리함, 문화적 끼를 그냥 썩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며 "조금만 더 신경쓰면 자신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사회에서 이들이 발 딛을 틈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보통신부에서 지원을 받는 등 안교수는 자신의 능력이 닿는 데까지 게임과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열정만이 게임과를 단순히 학문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덕분에 내년에 유일하게 정원을 50% 늘일 수 있게 됐다. 유난히 어려웠다는 이번 수학능력시험. 또다시 수만명의 입시생들이 대학을 들어가려 눈치작전을 펼쳐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하지만 안교수와 학생들은 학교의 이름이나, 명예, 사회적 가치를 따지기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후배들이 게임과에 들어오리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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