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단순하게 조금 느리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1.0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절기상으로 입동이니 어느새 겨울입니다.
완연한 가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한 계절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넘실거리던 들녘의 색도 사라지고 이제는 겨울색이 들겠지요. 그렇게 자연은 어김없이 변하고 움직입니다. 어느것 하나 억지가 없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자연스러움'은 편안하고 자유롭지요.
가식적이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은, 순리에 맞게 움직이는 그 '자연'처럼... 해가 지면 잠들고, 해 뜨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밥 먹고, 좋으면 즐거워하고... 그 쉬운 것이 쉬운 것이 아니게 되었어요. 과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니 바로 당신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까?

도시의 하루는 낮인지 밤인지 잘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지요. 밤도 대낮처럼 환하고, 낮에도 잠들어 있고... 배고프면 밥 먹을 수 있나요? 먹을 것이 넘쳐나도 정작 일에 치여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좋으면 좋다 말하고 싫으면 싫다 말하는 자유는 어떤가요. 가식과 체면에 똘똘 싸여 좋아도 싫은 척, 관심 없는 척하고, 싫은 것도 좋은 척, 모르는 척하며 살고 있진 않습니까.

도시가 더 이상 파괴적이지 않고
시골이 궁핍하고 억눌리지만 않는다면,
그런 도시와 시골의 조화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겨울을 앞둔 가을 마무리 여행이었을까요. 지난 주말, 깊은 산골에 머물면서 자연을 느껴보았습니다. 시계도 TV도 신문도 없는 그곳에서, 해 뜨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밥 먹고 산길을 걸었지요.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을 어르신들은 늘 그래왔듯 자연스레 사십니다.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조금도 경계하지 않고 딸 보듯, 손주 대하듯, 밥 먹고 가라며 성화시더군요. 환경이니 생태니 대안이니 하는 말들은 이 앞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의식적으로 하는 것 하나 없고 작위적으로 정리하는 것 없지만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러웠습니다.

당장이라도 이 공룡 같은 도시를 떠나고 싶어집니다. 도시 안에서 과연 대안은 있는 것인가. 지속가능이니 대안이니 하는 것을 고민해오는 나에게 그 문제는 화두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가 시골로 갈 수 없고 한 모양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지요. 도시도 필요하고 시골도 필요합니다.

단지 지금 같은 도시와 시골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도시가 더 이상 파괴적이지 않고 가볍지 않다면, 시골이 궁핍하고 억눌리지만 않는다면... 그런 도시와 시골의 조화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어느 곳에 살든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의 행동과 마음을 조금 단순하게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나의 행동이 나의 말 한마디가 결코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