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파업의 진상
광주매일 파업의 진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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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주매일 노조가 지금껏 침묵해왔던 이유

지쳐서도 아닙니다. 고경주 사장에 비해 할말이 없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창사이래 처음으로 파업까지 단행한 광주매일 노조가 지금까지 말을 아껴온 것은 사실 독자들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모기업인 금광을 비롯한 송원그룹 내부의 비리, 검찰이나 국세청, 심지어 사소한 국정원 직원 범행사실조차 사측의 압력으로 보도하지 못했던 우리가 임금협상 문제로 파업까지 이르게된 데 대해 자괴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당당한 노동자로 우뚝 서고, 그동안 못해왔던 언론개혁, 정론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입을 열기로 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침묵이 독자 여러분에게 자칫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고 생각해 우리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2. 반성합니다. 그리고 약속드립니다.

지금까지 사측의 부당한 기사삭제 요구에 강하게 맞서지 못했던 점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죄합니다.
금광기업 내부의 문제는 물론이고 검찰 비리사실이나 국정원 직원의 단순 범행 등 사주의 친분에 얽혀있는 출입처에 대한 비리기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일반 기업체의 비리기사도 광고를 준다는 압력 때문에 보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광매 노동자들은 때로는 강한 반발로, 때로는 울분을 삼키며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개별 노동자들의 신분으로는 사측의 부당한 압력을 이겨내기란 너무나 힘겨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의욕을 잃고 냉소와 불신이 팽배해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자 상호간 믿음을 갖게 됐으며, 노동자 개인은 약할지라도 한사람 한사람이 모일 경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런 깨달음을 계기로 사측의 부당한 기사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언론개혁을 위해 매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3. 누가 인간적 배신감을 말하는가. -파업의 배경

고경주 사장은 노조의 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그 이유로 인간적인 배신감이 컸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누가 누구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할수 있습니까.
광매 노조는 올초 사주를 체불혐의로 고발하기 전에 수차례 굴욕감과 배신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지난 97년말 IMF 체제에 진입하면서 광주매일은 수십명의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으며, 이 위기만 넘기면 된다는 사측의 의견을 존중해 임금도 총액대비 40%가까이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깎인 월급은 4년이 넘도록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고사장은 라이프넷이라는 인터넷 회사를 차려 신규사업을 벌이다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협상을 통해 결정된 임금도 제날짜에 주지 않았습니다. 체불된 임금이 해를 넘겼습니다. 노조는 수차례 "체불임금을 해결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했지만, 고사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고발장 접수를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막상 고발장이 접수되자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번 협상에서도 기본급 5%인상, 상여금 4백% 삭감안을 제시하고 마지막 협상때까지 한치도 물러서지 않다가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나는 최고 대우를(구두로) 약속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회사의 임금을 결정하면서 협상테이블에서는 한치도 양보안한다고 맞서다가 파업이후에야 "타사보다 많이 준다고 했는데도 파업한다" 운운한 것은 고사장이 지금까지 주먹구구식 경영을 해왔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해주는 대목이며, 참으로 편리한 말이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4. 노동자 가슴에 '비수'를 꽂은 고사장의 어록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언노련 협상과정에서 고사장은 "기자 한사람 월급이 내 하루 술값도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10년차 직원 연봉이 최소한 2천5백만원에서 3천만원은 돼야한다고도 했습니다. 알기는 제대로 압니다. 그러나 알면 뭐합니까. 고사장은 그래놓고도 임금 삭감안을 고집했습니다.

"내가 고제철 회장 장남이다. 최소한 1천억원은 상속받게 되니까 그때까지만 참으면 될텐데 노조가 왜 이렇게 조급한지 모르겠다"고도 했습니다. 이게 지금 당장 생계 위협을 받고있는 노동자들에게 할 소리입니까. 우리 노동자들은 천억원 상속해줄 부모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식들 키우느라 뼈골 빠지게 일하다 지금은 늙고 병들어 자식만 바라보고 사시는 부모까지 부양해야 합니다. 이런 우리가 임금 회복시켜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배신입니까. 배신은 오히려 우리 노동자들이 당했습니다.

5. 회사의 불순한 의도

고사장은 11일자 내일신문에 17일 이후 폐업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놓고 9일 노조 쟁대위와의 만남에서 "나는 사장직을 그만두겠다. 그러니 나랑 임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신 회사 정상화를 위한 좋은 방안을 가져오면 협조는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쟁대위와 회합이 있던날 조합원 가정에는 "노조와 협의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통신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며, 오락가락하는 고사장의 발언의 진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것을 노조에 대한 협박이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밖에 볼수 없습니다. 또 이같은 불순한 의도가 광주전남내일신문 기사에 충분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내일신문 보도내용은 워낙 사안이 큰 만큼 노조 차원에서 확인 과정을 거쳐 조만간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밝힙니다.


2001년 10월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광주매일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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