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 늑장으로 폐선부지엔 폐자재만 쌓이고...
'푸른길' 늑장으로 폐선부지엔 폐자재만 쌓이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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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철도 폐선부지를 푸른 길로 가꾸기 위한 계획 수립이 늦어지면서 주변 공사장에서 나온 흙더미가 쌓이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

지난 6일 광주시 남구 백운고가도로 밑을 지나 풍암지구 방향으로 뻗어 있는 도심철도 폐선부지 구간. 다른 폐선구간과 마찬가지로 철로는 걷힌 지 오래고 잡풀과 쇄석(철로 밑에 깔아 놓은 작은 돌)들만 옛 철길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영춘장모텔 옆 장산1길의 끝에 위치한 이곳에는 쇄석 이외에 거대한 흙더미가 쌓여 있고, 버려진 하수관로가 널려 있는가 하면 쇄석을 파낸 자리에 물웅덩이와 함께 일부 시커먼 흙에서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

철로 걷힌 자리에 잡풀 흙더미
건축 폐자재까지 버려져 '악취'


주민 임영락씨(62)는 "지난 추석 며칠 전부터 덤프트럭들이 오가면서 골목입구 하수공사장에서 나온 흙들을 여기에 버리고 있다"며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흙을 버리면서 폐선부지 옆에 있는 수로를 막는 바람에 비가 오면 흙탕물이 골목으로 흘러내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폐선부지 바로 위쪽 목공소의 김모씨(47)도 "폐선부지 구간은 지금 상태로도 시민들이 산책길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공사장 흙은 물론이고 건축 폐자재까지 버려지고 있다"며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공사장은 광주시 남구청이 시행하는 백운광장 주변의 상습침수구역 하수도 공사. 남구청에 따르면 백운광장 주변이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오면 하수가 이곳으로 몰려 주민피해가 잇따르는 바람에 국비재해복구사업으로 총 655m구간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파낸 다량의 흙과 일부 건축폐기물이 지정된 곳에 처리되지 못하고 가까운 폐선부지에 쌓이고 있다.

시공자인 모아건설의 현장관계자는 "공사의 설계과정에서 구청측이 사토장( 공사장에서 나온 흙을 버리는 곳)을 지정해 주도록 돼 있는데, 시내권에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우선 이곳에 쌓아 두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15톤트럭 10대 분량의 사토를 폐선부지에 쌓아 놓았으며, 이와 함께 폐선부지에 있는 쇄석도 15톤 트럭 3대 분을 퍼서 공사장의 기반을 닦는데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공사장 사토에 이어 축폐자재도 덩달아 쌓여
관계자 "사토장 못 구해 어쩔수 없어" 철로 이설과 푸른길이 종합적 계획 없이 추진된 탓


이에 대해 남구청측은 "사토장을 구하기 어렵고 수해방지 사업이 시일을 다투는 일이다보니 임시로 국유지인 폐선부지에 사토를 쌓게 됐다"며 10월 안으로 처리해 주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심철도 폐선부지가 이렇게 몸살을 앓고 주민불편까지 일으키는데는 결국 광주시가 도심철도의 이설과 푸른길 조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없는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사)광주시민환경연구소 조진상 소장(동신대 도시공학과)은 "철로 이설문제와 푸른길 조성은 적어도 3년 전에 이미 결정이 나고, 기본계획이 미리 짜여진 상태에서 철로를 걷어냄과 동시에 푸른길 공사에 들어갔어야 했다"며 시의 계획성 부족을 아쉬워했다.

현재 광주시는 국비지원 없이 총 1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푸른길 조성에 대해 10월말에 나오는 용역 결과와 별도로 폐선부지 관리계획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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