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대학'은 가라
'껍데기 대학'은 가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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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광주YWCA 6층 전교조 교육실에선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의 김상봉 교수가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주제강의를 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강의실엔 대학생과 일반인 등 30여명의 수강생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이 강좌의 주체는 일반인에겐 생소한 '자유대학(educo.or.kr)'.

"하나의 조직이라기 보다는 교육을 위한 시스템입니다. 8명의 운영위원들 각자가 공부하고 싶은 주제를 자유롭게 정해 계획서와 함께 제출하면 토론을 거쳐 강좌를 열죠. 여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강좌의 준비자 또는 수강생으로 자유롭게 참가하는 겁니다."
자유대학의 대표 박필순씨(28. 5.18기념재단 간사)의 설명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배움과 실천의 공간
8명의 운영위원 자유주제 정해 강좌 열어
문화, 청소년, 생태 등 '열린교육'실험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유대학은 그동안 청소년, 교육, 문화, 페미니즘, 생태 등 강좌주제에 한계가 없었다. 운영위원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설된 강좌의 숫자는 매번 달라질 수도 있고, 때론 강좌를 책임진 사람이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이번 학기에 '젊은 볼런티어 구하기'라는 강좌를 열고 스스로 '광주지역 볼런티어 활동의 새로운 방향모색'이라는 강의의 강사로 나선 김성훈씨(32. 광주청소년자원봉사센터 운영요원)도 그 예다.

자유대학의 실험은 고교시절부터 청소년운동을 해온 젊은이들이 주축이다.
자유대학 창립멤버인 이민철씨(30. 광주흥사단 간사)는 "청소년 문제해결에 헌신할 청소년운동가를 키우고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96년에 '청소년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모임'을 만든게 자유대학의 전신"이라며 "모임의 활동이 구체화된 것이 자유대학이다"고 설명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이들의 대학 후 진로도 대부분 비슷했다.

모임의 대표인 박필순씨(28. 5.18기념재단 간사)를 비롯해 8명의 운영위원들이 각각 광주청소년자원봉사센터, 광주흥사단,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이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중이다. 두가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만큼 힘도 들겠지만 이들의 자유대학에 대한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특히 교육시스템이 굳어져 배움이라는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명운동'강좌에서 '돈 없는 녹색 삶'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김인철씨(28. 광주지역화폐 '나누리'대표)는 이번 강의에서 참선시간을 넣었다. 생명운동과 생태운동의 끝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들은 요즘 매달 개인당 3만원에서 10만원씩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자유대학의 미래를 준비는 것이다.

"이렇게 3년정도 자유대학을 진행하다보면 운영위원도 확대될 것이고, 지금은 빌어쓰지만 일정한 공간도 필요할 거예요. 또 외국 선진지를 답사할 때에 대한 대비도 하려는 거예요."

'대학의 본질은 본래 독학이며, 멈춰서서 생각하는 자들의 광장이다'라고 했다.

오늘의 대학들에 씌워진 학벌과 졸업장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미의 배움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유대학. 이들의 실험은 어쩌면 끝없는 실험의 연속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다. 그만큼 스스로 배움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있기 때문에.
/ 이광재 기자 kjlee@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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