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임'은 영영 없는가?
박근혜 정부에 '임'은 영영 없는가?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3.05.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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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 때 5·18 3단체장 '불참'
▲ 5.18 국립묘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우리는 '임'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5·18 관련 단체장들이 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될 경우 기념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5.18 관련 단체들이 식순에 없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지만 국가보훈처와 갈등 국면에 다달으면서 아예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5·18 관련 3단체(5·18구속부상자회, 부상자회, 유족회)와 5·18 기념재단은 3일 성명을 내고 국가보훈처에 33주년 5·18 기념식 공식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시 3단체장은 행사 참석을 거부(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후 기념재단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훈처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5월 단체 대표들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민주의문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때 처럼 구(舊)묘역에서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해 5·18 기념식의 공식 식순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포함시키되 참석자 제창이 아닌 합창단의 합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기념식이 끝난 뒤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닌 별도의 5·18 공식 기념노래의 제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설명했다.

5월 단체들은 이어 "지난 30년간 손에 손잡고 가슴과 가슴으로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가권력에 의해 퇴출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 같은 국가보훈처의 행태를 5·18 역사 부정과 흔적지우기, 민주화역사의 역주행 사태로 규정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곡을 5·18 기념식 공식 노래로 지정할 것과 서울지방보훈청의 5·18 기념 청소년대회 수상자 교체 요구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되면 박 보훈처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전국의 시민단체와 함께 해임촉구건의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광주진보연대와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옛 전남도청이 5·18의 유형문화재라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무형문화재"라며 박근혜 정부에 새 추모곡 추진을 폐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권 분위기에 맞지 않다', '5·18 기념식 광주만의 행사 아니다'는 발언은 보수정권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본 아베 수상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치 않다'고 망언한 역사인식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월 단체 대표들은 기념식에 불참하지만 기념식에 초대받은 단체 회원들의 경우 개인의 선택에 맡길 것"이라며 "다른 곳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진행하지는 않겠지만 침묵 시위 등을 통해 강력히 정부와 국가보훈처에 항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19명도 성명을 내고 "다른 노래를 찾는 것은 세금 낭비이자 5·18의 진정한 의미를 퇴색시키려는 의도"라며 박근혜 정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이번 기념식에서 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것을 촉구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5일 오전 광주의 한 호텔에서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국회의원들과 회동을 통해 이번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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