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정화조업계 실제 수거량 2배까지 요금 착복
분뇨·정화조업계 실제 수거량 2배까지 요금 착복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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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파일압축'이라도 하는 걸까?" 미화차(정화조 수거차량)는 계속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분뇨를 퍼냈다. 영수증상으로는 이미 적재용량한계를 2배 이상 넘었다.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광주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광주시내 불법 분뇨처리에 관한 수수께끼는 그로부터 2시간쯤 후에야 풀렸다.

지난 8일 새벽 6시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광주시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 큰길가 승용차에 잠복 대기중이던 본사 취재팀과 '참여자치21' 조사차량 앞으로 정화조 수거차량들이 굉음을 울리며 지나갔다. 재빨리 2대의 승용차로 광주90가 13××호 5톤 차량을 따라 붙었다. 1호차는 수거차량을 계속 추적하고, 2호차는 이들이 떠난 뒤 정화조를 청소한 주택이나 건물에 들어가 확인취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리 악취'고약한 분뇨·정화조업계
본지 취재팀,시민단체 수거량 2배까지 요금착복 현장확인


오전 6시 20분쯤 수거차량이 도착한 곳은 전남도의회 옆 광주은행 금남지점. 호스를 대고 10분쯤 분뇨를 수거한 차량은 시간에 쫒기듯 사라졌다. 취재팀은 그들이 밀어넣고 간 영수증을 유리 출입문 안쪽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오니수거량 3,500ℓ, 수수료 59,150원, 광동위생 최××'. 디지털 비디오카메라가 돌아갔고, 정화조의 수위도 확인했다.

1호차의 핸드폰 연락을 받고 도착한 두번째 집은 동구 남동 101-1번지 변재완씨댁 주택. 영수증에는 2000ℓ를 수거, 3만4천890원을 부과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영수증상으로는 광주은행 지점을 합쳐 두번만에 모두 5,500ℓ를 수거해 이미 차량적재용량인 5톤(5000ℓ)를 500ℓ나 초과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거차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분뇨위생처리장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곳을 더 돌며 분뇨를 퍼 담았다. 오전 7시께 동명동 68-17 김석원씨댁에서 1,400ℓ 2만5천190원을 부과한 데 이어, 동명동 68-11번지, 그리고 오전 7시 30분께는 동명동 200-22번지 한봉석씨(63)집에서 또 수거했다. 오전 8시께 마지막 6번째로 같은 동 226-36 강기만씨댁에서 900ℓ를 수거했다는 영수증을 발급했다. 영수증상에 기재된 분뇨및 정화조 오니 수거총량은 모두 9,825ℓ로 약 1만ℓ에 달했다.

"5,000ℓ탱크에 1만ℓ를 담는 신기를 부리다니…." 취재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작업을 마친 차량을 세워, 신분을 밝힌 뒤 탱크에 수거된 용량을 직접 확인했다. 놀랍게도 탱크에 설치된 눈금은 4,400ℓ를 가리키고 있었다. 실제 수거량보다 2배 이상 분뇨를 수거한 것처럼 꾸며 영수증을 발급하고, 요금을 받은 것이다. 이날 부정행위가 발각된 차량에서만 5,425ℓ가 과다계상됐고, 요금으로 환산하면 8만6천 400원을 착복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꼬리가 잡힌 직원은 "잘못된 것인 줄 알지만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오랜 관행이다. 회사에서 지시하는 작업량이 많아 이를 채우기 위해서는 통상 이같은 방법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우리뿐만 아니다...오랜 관행" 직원 고백 충격
"작업량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어"...연 10억대 추산
위생처리장에 차량 두번 입고 '반입량 짜맞추기'


"광주시 분뇨·정화조업계내 편법과 불법이 있다. 시민들을 속이고 실제보다 많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소문은 결코 소문이 아니었다. 이같은 사실은 본사 취재팀과 참여자치21이 공동으로 정화조업계 불법에 대한 정보를 입수, 불특정 수거차량에 대한 2차례의 추적조사를 벌인 결과 확인된 것으로 이같은 사례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수십년 동안 이어진 뿌리깊은 관행"이라는 직원들의 주장은 충격을 주고 있다.

정화조업체 직원들은 회사의 과도한 작업량 할당으로 인해 이같은 불법을 어쩔수 없이 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과다 부과된 요금이 회사로 고스란히 입금되고 있어 회사가 이같은 부정을 알면서도 방조 내지는 묵인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경영정보연구원이 지난 4월 광주시에 제출한 '광주시 분뇨및 정화조청소요금 타당성조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광주시에서 수거된 분뇨 및 정화조오니 총량은 268,343㎘로 수수료는 44억7천여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4대 분량중 1대 꼴로 이같은 불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정화조업체 직원들의 말이 사실일 경우 1년에 평균 10억원씩, 최근 몇 년간만 하더라도 수십억원대의 시민 재산이 눈속임에 의해 과다 지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위생업체의 한 직원은 "재래식 화장실 비율이 3%대로 떨어져 분뇨 대신 정화조 청소 업무가 주류를 이루면서 최근 몇 년사이에 수거량을 눈속임하는 편법이 일상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직원들은 분뇨차량을 위생처리장에 두번 입고시키는 방법으로 영수증에 기재된 분뇨수거량과 위생처리장 반입량을 짜맞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취재팀이 추적한 수거차량 운전 직원은 "회사에 넘기는 영수증합계는 1만ℓ인데 비해 실제 탱크에는 4,400ℓ밖에 안되는데…"라는 질문에 "위생처리장 계근대를 통과한 후 분뇨를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실은 채 빠져 나와 1시간쯤 지난 뒤에 다시 계근대를 통과하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시의 분뇨및 정화조청소업무는 한개 업체가 맡아오다 지난 95년 지방자치실시 이후 광동위생, 남도위생, 광남위생, 광북위생, 광산위생이 각각 동·서·남·북·광산구로부터 위탁받아 대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정화조업계가 일부라 할지라도 지난 수년 동안 광주시민의 눈을 속이고 이같은 불법이 관행적으로 저질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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