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공원 기능직 잘라내니 동·식물이 괴롭다
우치공원 기능직 잘라내니 동·식물이 괴롭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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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무원중 한 명만 남아야 한다면 장관과 말단 기능직 중 누구를 자르겠습니까?"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고용직·기능직 공무원들 중심으로 파고 들면서 애꿎은 광주 유일의 동·식물원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4만평 관리인력 고작 9명 곳곳 구멍
21개 막사 돌며 청소하는데만 반나절


광주시 북구 오치공원내 동·식물원. 기능직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4만평에 이르는 동·식물원을 현장 관리하는 사람은 9명. 이들은 21개 막사를 돌며 청소하는데만도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자연보호와 학습장 등의 질 높은 역할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안내원 하나 없는 동물원에서 시민들은 안내표지판만 보고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형편이다. "동물들의 생태나 습성 등을 말해주면 아이들 학습에도 도움이 될텐데…" 시민들은 "동물의 모습은 책이나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살아있는 학습장이 되길 바랐다.

더욱이 동물원에는 사자 등 야행성 동물들이 많지만 밤에 이곳을 관리할 사람이 없어 야간 개장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때문에 시민들은 낮잠 자는 동물 모습만 보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왔던 시민들은 동물원 모양새만 겨우 갖춘 이곳에서 얻어가는 것은 허탈감 뿐이다.

팻말도 없이 말라죽어가는 식물 가득

동물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식물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95년 문을 연 이곳은 한국화를 비롯해 관목류, 열대식물 등 300여종의 식물들이 전시돼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끊긴 상태다. 이름조차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은 식물들이 대부분이며, 탈수현상과 각종 병에 시달리다가 말라 죽어가는 식물들이 이끼 낀 온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에 "규모는 서울 에버랜드 동물원 다음으로 크지만 동·식물원 관리는 말그대로 엉망이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며 야생동물이나 식물들이 제 환경에서 자라도록 전문 관리가 필요한데 보여주기용 외에 그 이상의 자연보호 역할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학자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직원과 예산으로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란 힘들다"는 입장이다.
동·식물원을 담당하는 곳은 광주시 환경녹지국이지만 이곳은 예산 집행기능만 할 뿐, 현장에서 동·식물을 보살피고 관리하는 것은 기능직들의 몫이다.

자연학습장 역할못해 '이름만 동식물원'

하지만 98년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가장 하부조직인 기능직이 줄어들면서 동·식물원은 인력의 한계 때문에 현상 유지조차 어렵게 됐다. 특히 식물원의 경우 직원 한명이 오치공원 전체 녹지와 함께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산 역시 매년 12억원씩 지원되지만 인건비와 동물 사료비로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관람객들을 위한 서비스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결국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구조조정 때문에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자연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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