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모, 희망의 페달을 밟고 왔습니다
노사모, 희망의 페달을 밟고 왔습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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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화합 노사모 자전거행진'에서 만난 사람들

"80년 당시 TV를 통해 광주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그곳 사람들은 원래 그런가보다 했지요. 하지만 노사모 활동을 하고, 또 이렇게 직접 망월동에 와보니 지역감정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느꼈어요."

지난 7일 부산 출발 3박4일 대장정 망월묘역서 마무리

지난 7일 부산에서 출발, 3박4일간의 '동서화합을 위한 자전거행진' 끝에 10일 오후 광주 망월묘역에서 대장정을 마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 광주엔 처음 와본다는 부산사람 배기석씨(40)도 30여명의 일행에 끼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그가 얻은 최대의 성과는 동서화합이라는 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는 것이었단다.

광주에서 부산으로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다시 돌아온 오형여씨(22.조선대3년)도 고생만큼 느낀 바가 많았는지 속내를 쏟아놓았다.
"부산에서 오는 길에 유독히 많은 고개를 넘으면서 굴절된 역사를 넘는다고 생각했어요. 빗속을 헤치고 패달을 돌리면서 생각했지요. 아, 이렇게 발 딛고 오다보면 동과 서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지난 6일 부산에서 열린 노무현 민주당상임고문의 후원회행사에 이어 진행된 이번 자전거행진은 지난 1월 전남노사모의 주국전 회장(광주 문성중 교사)이 이른바 '바느질 걸음'으로 광주에서 부산까지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며 걸었던데 대해 '품앗이'차원으로 계획됐다.

최연소 박정준군 "지역감정, 정치하는 어른들 만든 것"

부산에서 광주까지 700리 여정의 최연소 참가자는 박정준(13. 군산남초교6년)군. 노사모 회원인 아빠 박재만씨(38. 전대협 전북동우회장)를 따라 참가한 박군은 "부산이나 광주에서도 지역감정을 느낄 순 없었다"며 "지역감정은 정치하는 어른들이 만든 것 같다"고 기성세대를 꼬집었다.

차량지원팀으로 합류한 정효진(42. 강원도 속초시)씨도 "지나는 길에 손 흔들어주고 빵이며 음료수를 기꺼이 내 놓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대체 지역감정이 뭐길래'하는 울분이 차오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들을 따라온 불청객(?)도 있었다. 각 지역경계를 지날 때마다 선거관리위원들이 나와 노사모 티셔츠에 새겨진 노 고문의 얼굴사진과 이름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노사모 회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노사모회원들은 "말 그대로 팬클럽일 뿐이다. 망국적인 지역감정해결을 중심에 놓고 일하는 정치인을 좋아한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가수나 영화배우를 좋아하는 것과 똑같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다른 회원들과 함께 티셔츠에 스포츠용 반스타킹, 그리고 운동화차림으로 자전거행진을 해온 노사모회장 명계남씨(50.영화배우)는 따가운 햇볕에 탄 다리가 발갛게 달아 있었다.
배우란 누군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 등장만 하면 되는 '기다리는 직업'.
명씨는 연예인이란 유명세를 통해 이름만 얹어놓고 기다리는 그런 회장이 아니었다. 이미 '생각 있는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긴 했지만 노사모에서 만난 그는 언론개혁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게릴라'였다.

"굴절된 역사 풀자" 정치.언론개혁.동서화합.통일 깃발

"초등학교 6학년생부터 나이 50 먹은 사람들까지, 이 사람들이 도대체 뭐하는 겁니까. 우리가 왜 이렇게 며칠동안 수도 없이 고개를 넘으며 사서 고생을 한단 말입니까. 언론개혁의 문제, 지역감정의 문제, 남북문제 이 모든 게 고리로 엮여 있기 때문이예요."

명씨는 노고문 한 개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으로 현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을 통해 사회 시스템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말에선 힘을 줬다.
"이러다가 정계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명씨는 "문성근을 비롯해 대학시절의 정적들이 많아서 안된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정치개혁, 언론개혁, 평화통일, 동서화합 네가지 깃발을 꽂은 20여대의 자전거들이 '노무현 사랑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 광주시내 방향으로 가을바람처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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